한국감정원이 내년부터 아파트 표본수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뉴시스
한국감정원이 내년부터 아파트 표본수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아파트값을 비롯한 집값 관련 통계를 작성하는 국가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아파트 조사 표본을 대폭 확대한다. 조사 표본 확대에 대한 예산도 내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통계표본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통계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 표본 아파트를 내년 1만3,720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 표본 아파트 9,400가구 대비 46% 늘어난 표본수다. 한국감정원은 주간을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의 등락을, 월간을 기준으로 아파트, 다세대, 단독주택 등의 가격의 등락을 책정한다.

통계 관련 예산도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감정원의 내년 주택가격 동향조사 표본 예산은 82억6,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예산인 67억2,600만원 대비 22% 가량 늘어난 예산이다.

정부가 한국감정원의 표본을 늘리기로 한 것은 집값 통계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연이어 발표된 해인 만큼 집값 상승이 국정감사에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고, 집값을 통계하는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의 통계 방식과 신뢰도에 대한 질책이 이어진 점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 관련 공방이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가 실제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민간 통계 기관과 집값 상승률에 대한 차이가 있어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민간 통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의 신뢰도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를 받는 모습./뉴시스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의 신뢰도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를 받는 모습./뉴시스

그간 부동산 시장 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과 민간 통계기관인 KB리브온의 집값 통계가 주로 이용됐지만, 한국감정원이 KB리브온 대비 표본수가 크게 적다는 점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KB리브온은 한국감정원과 마찬가지로 집값 등락의 통계를 발표하는 민간 기관이다. 주간 단위로 아파트 가격의 등락을, 월간 단위로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의 가격을 등락을 발표한다는 점도 한국감정원과 같다.

하지만 표본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 KB리브온의 표본수는 총 3만6,300가구, 이 중 아파트는 3만1,800가구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표본수 대비 2만가구 가량 많은 수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표본수에서도 두 기관이 차이를 보이고, 용도와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성격이 다른 통계로 볼 수 있다”며 “다만, KB리브온은 실제 주택 관련 대출을 영위중인 민간 기관인 만큼 주택시장의 동향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통계 표본수와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그간 국가기관으로써 부동산 통계를 발표해왔지만, 민간 기관 대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일부 비판을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통계 표본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통계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통계를 내는데 사용되는 서울 아파트의 위치, 아파트명, 적용시세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이 조사 대상과 산정방식 등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 표본을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감정원 통계의 문제가 단순히 통계표본 수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현 부동산 통계는 통계표본과 산정방식 모두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보고체계에 있어서도 많은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통계표본을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진정 국민이 신뢰할만한 통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통계 산출 근거가 되는 표본주택과 산출방식 공개를 통해 통계체계를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통계체계 개선을 시작으로 부동산 정의를 바로잡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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