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친문 세력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금태섭 전 의원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떠났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함께 정치를 시작한 금태섭 전 의원은 ‘서울 강서구갑’에서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내 소신파 의원들과 함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라고 불리운 금 전 의원은 ‘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 문제 등 중요 정국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면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결국 21일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징계 처분 재심에 대해 5개월 동안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과 민주당의 ‘오만함’ ‘편 가르기’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금 전 의원이 탈당하자 민주당은 술렁였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소신 행보를 보여온 금 전 의원을 포용하지 못하고 결국 탈당을 선택하게 한 모습이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한 금 전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일단 떠나신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금박해’ 중 한 사람인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당 안에서 혹시라도 몰이해와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소신을 가지고 정직하게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면서 당의 변화를 만들겠다”며 “그래서 금 전 의원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금 전 의원의 민주당 비판에는 공감을 표했다. 박 의원은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에서도 진영 논리와 극단적 내로남불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며 “민주사회에서 개혁의 성취는 선동이 아니라 설득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금 전 의원이 우려하는 바를 모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 친문, 금태섭 탈당에 ‘조롱’ ‘비아냥’

그러나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과 강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지만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잘 된 일이다”며 “정치를 계속하겠다니 국민의힘행 보다는 국민의당행을 권면한다.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국민의힘이 더 당기겠지만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이 외롭다. 이럴 때 힘 보태주는거다”라고 비아냥거렸다.

김남국 의원도 금 전 의원을 향해 “철새 정치인” “유아적 수준”이라고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조국 백서’ 저자인 김남국 의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 금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국 대 반(反) 조국’ 내전 양상이 벌어졌었다. 김 의원은 지도부의 조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경기 안산시 단원구을’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그분의 지금 태도는 유아적 수준의 이기적인 모습”이라며 “‘내 생각이 최고인데, 내 의견을 당에서 안 받아줘? 너희는 소통하지 않는 오만한 사람들이야. 너희들이랑 안 놀거야’ 과연 누가 정말 오만한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어떤 이유로 보나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자리와 이익을 쫓아가는 철새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이제 여기서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이 속했던 정당을 떠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금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금태섭 같은 내부 적들은 과감하게 쳐내달라”,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 등 비난 글이 이어졌다.

금 전 의원의 탈당을 알리는 페이스북 게시글에도 “다시는 돌아오지 말기를” “어서 나가, 넌 국찜당(국민의힘)이 어울리더라” “민주당 갉아먹던 것들까지 몽땅 데려가라” “혼자만 가시지 말고 조응천, 박용진도 데려가지” “할 줄 아는 게 분탕질밖에 없던 미꾸라지 한마리가 없어진다면 환영” 등의 비난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아군' 이외에는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퍼붓는 행태를 보여온 것은 금태섭 전 의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죄송스럽다”고 밝혔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박 의원은 지난달 23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최근 저에게는 문자 폭탄, 의원실로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며 “손해볼 게 뻔해도, 비난 받고, 외면당하더라도 정직하게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지난달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향해서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여권 성향 이용자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등을 통해 비난을 쏟아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정청래, 김남국 의원 등의 비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정청래, 김남국 의원 등의 비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

◇ "집권여당, 비판 포용 못하는 졸렬함” 비판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행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와 비교되기도 한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지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막말성에 가까운 공격을 퍼부으며 정치적인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며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들의 도가 넘은 행위도 부메랑이 돼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몰락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친문 의원들과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이처럼 또다시 당 내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독선적 '민낯'을 드러내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행태가 강성 친문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중도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비판을 포용하지 못하고 같은 당에서 함께 했던 동료에게 예의와 금도를 벗어난 조롱과 비아냥을 하는 것은 집권여당 의원답지 않은 졸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집권여당이 민주정당으로서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게 할 수 있다”며 “중도층 이탈이나 ‘민주당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빨간 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금 전 의원의 탈당을 비난한 김남국 의원을 향해 “당선되고 폼 잡을 때는 당내 쓴소리하는 금 전 의원 본받겠다고 하고, 이제 탈당하는 금 전 의원에게 철새라고 모욕을 해대는 김남국 의원, 제발 철 좀 드시라”며 “‘꼬마 정청래’ ‘꼬마 홍위병’ 노릇 그만하시고, 대깨문 선봉 서는 그 많은 ‘김남국들’ 때문에 민주당에는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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