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잡음이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김 위원장의 ‘당내 부산시장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발언 이후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저격성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한 마디 발언에 집중한 비판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당 장악력과 지도력 자체에 의구심을 품는 데 있다. 당 원로들은 김 위원장에게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비대위를 조기 마무리하고 전당대회를 열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비대위 임기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다. 비대위를 겨냥한 비판이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면서 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뺄셈정치 안된다”

조경태(부산 사하을·5선) 의원은 전날(20일) 페이스북에서 “비대위 한계를 많은 국민들과 당원들이 절감하고 있다”며 “현재 비대위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으로 기대할 수 없다. 비대위를 여기서 끝내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기 전대론은 4·15 총선 참패 후인 지난 5월 김 위원장 취임을 전후해 자강론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된 바 있다. 외부인에게 당의 명운을 맡길 수 없다는 취지였다. 조 의원은 당시에도 선두에 서서 김종인 체제를 적극 반대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김종인 체제 외 대안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국민의힘이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총선까지 무려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초유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재창당 수준의 혁신 없이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 위원장은 혁신의 적임자로 지목됐다.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보수정당에 등 돌린 민심 회복이 최대 과제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본소득·전일보육제 등 진보적 이슈를 선점하고,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강성보수세력과 선을 그었다. 고질적 불모지로 분류되는 호남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이념색채를 최대한 덜어내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서다.

정부여당 악재로 인한 반사효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발걸음은 지지율 반등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중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김 위원장을 향한 불만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비대위 임기 중반에 접어들었는데도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취임 전으로 돌아가자 조용히 지켜봤던 중진의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아울러 내년 4·7 보궐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물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인물이 없다’는 말 한 마디가 비판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4선 김기현 의원은 21일 당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제 곱셈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뺄셈 정치는 안 된다”고 김 위원장을 직격했다. 홍준표·김태호·윤상현 의원 등 아직 당외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탈당파를 받아들이는 등 기존 세력부터 규합한 뒤 당세를 중도로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 정면돌파 택한 김종인

김 위원장의 해법은 정면돌파로 보인다. 그는 당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전대론 등 당내 잡음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소속 탈당파 복당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게 없다”고 일축했다.

‘부산시장 후보감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와전됐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한 발 물러섰는데, 여기서 더 물러섰다가는 당을 선거까지 이끌어갈 동력마저 바닥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물러난다 해도 이렇다 할 대안이 보이지 않는 국민의힘 현실이 ‘마이웨이 행보’에 한 몫 한다는 시각도 있다. 취임 초와 마찬가지로 일각의 비판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인식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00석 넘는 정당에서 비판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면서 “당을 생각하는 마음은 (중진의원들도) 같다. 스킨십을 통해 생각을 맞춰나가지 않겠나. 지지율 반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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