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신유열 씨의 모습. 위패를 들고 있는 인물이다. /뉴시스
지난 1월 고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 참석한 신유열 씨의 모습. 위패를 들고 있는 인물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시대를 맞이하며 ‘3세 시대’에 돌입했다. 이로써 국내 재계 1~4위 모두 3세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이런 가운데, 재계 5위 롯데그룹에서도 의미심장한 변화가 포착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 일본 롯데에 입사하며 3세 후계자로서의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재계 그 어떤 후계자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또 험난하기까지 한 ‘시계제로’의 상황이다.

◇ 베일에 가려졌던 롯데그룹 3세, 일본 롯데 입사

롯데그룹은 대다수 주요 국내 재벌그룹 중 세대교체 진행이 늦은 편이다. 또한 오너일가 2세 형제간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에 걸쳐있는 그룹 특유의 태생적 배경까지 더해지면서 오너일가 3세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런데 최근 의미심장한 변화가 감지됐다.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 일본 롯데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시기는 올해 상반기이며, 정확한 직책과 업무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부장 또는 이사급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오너일가 3세 후계자로서의 행보와 경영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은 시게미쓰 사토시, 한국 이름은 신유열이다. 1986년생, 만 34세다. 2016년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긴자점 개점 행사에 참석한 것이 첫 공식석상 등장이었고, 이후 올해 초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장례식에서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신유열 씨의 족적은 부친 신동빈 회장과 무척 닮아있다. 일본 도쿄의 ‘귀족학교’로 유명한 아오야마가쿠인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는 신동빈 회장 출신 학교이기도 하다.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미국 콜롬비아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은 것도 신동빈 회장과 판박이다. 

심지어 두 부자는 결혼식에 일본 총리가 참석한 것까지 같다. 신유열 씨는 2015년 3월 일본 여성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그 해 11월 일본에서 피로연 행사를 열었다. 여기엔 일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있었다. 1985년 일본 명문가 출신 여성과 결혼한 신동빈 회장은 당시 전직 총리가 결혼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지며 주례까지 섰다. 또한 당시 현직 총리가 축사를 맡기도 했다.

또한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씨는 30대 중반에 이르러 롯데에 본격 합류한 것도 같다.

◇ 일본 국적에 병역까지… 난제 한가득

고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신유열(오른쪽) 씨가 부친 신동빈 회장과 함께 미게미츠 하츠코 여사(고 신격호 명예회장 부인)를 부축하고 있다. /뉴시스
고 신격호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신유열(오른쪽) 씨가 부친 신동빈 회장과 함께 미게미쓰 하츠코 여사(고 신격호 명예회장 부인)를 부축하고 있다. /뉴시스

단숨에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신유열 씨는 재계 그 어떤 후계자보다 험난한 길을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신유열 씨는 일본 국적인데다 한국말에 서툰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에 민감한 국내 정서상 싸늘한 여론과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태생적 배경’이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점 역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신유열 씨의 향후 행보를 전망하는데 있어 신동빈 회장의 과거 행보는 무척 중요한 힌트가 된다. 앞서도 살펴봤듯,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이 마치 거울을 보듯 닮아있기 때문이다.

신유열 씨가 실제 3세 경영승계에 뜻이 있다면,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적과 병역이다. 신동빈 회장은 출생 당시 한국과 일본에 모두 호적을 등록했으나, 당시 국내 법규정상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이 자동 박탈돼 일본인으로 살았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1996년, 40대 초반에 이르러서다. 병역의 의무에서 해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이후 한국에서의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유열 씨 역시 3세 경영승계에 뜻이 있다면 병역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8세 이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병역과 국적 문제를 법의 틀 안에서 해결하더라도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전망이다. 한국 재벌기업의 후계자로서 혜택만 누리고, 한국 국민으로서의 책임은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벌 후계자들은 ‘금수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는데, 롯데그룹 3세의 경우 일본 국적이란 치명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다”며 “실제 경영승계에 나선다면 거센 논란이 불 보듯 빤하다. 또한 서툰 한국어는 물론 한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여러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리스크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유열 씨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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