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사망자 부검 통한 병리학적 소견·사인 확인 우선, 국민안전 최우선 돼야”
질병청, 오후 8시쯤 입장 발표 예정… 의협 권고 수용할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속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독감 백신 접종 잠정 유보에 대한 권고를 주장하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속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독감 백신 접종 잠정 유보에 대한 권고를 주장하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

시사위크|용산=제갈민 기자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자가 속출하자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향후 질병관리청의 입장 발표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2일 오후 3시, 용산구에 위치한 의협 용산임시회관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플루엔자 백신(이하 독감 백신) 접종을 일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의협의 이번 조치는 독감 백신에 대한 안전성 입증을 위한 것이다. 우선 접종 유보를 일주일로 계획한 것은 그간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환자들의 부검을 진행해 병리학적 소견 및 사인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또 11월부터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이번달 내 모든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에 대해 아직 백신-접종-사망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협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10월 23일~10월 29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선 △만 13세~18세 어린이 백신의 유통과정상 상온노출에 따른 접종 일시중단 △일부 백신의 백색입자 발견으로 인한 해당백신 접종 중단을 정부 측에 권고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잇따른 사망자 보고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연일 증폭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 측에 독감 백신 접종 잠정 유보 기간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의 인과성’ 등 백신 및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접종 유보기간 동안 백신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백신의 제조 공정·시설·유통·관리 전반의 총괄 점검을 실시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사망자의 신속한 부검과 병력 조사 등을 통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의학적으로 철저히 검증해 예방접종의 안전성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독감 백신을 접종 한 후 사망한 이들은 총 22명으로 집계된다. 지난 16일 첫 사망자 보고 후 일주일 만에 20여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국산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국산 백신의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간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보령플루Ⅷ테트라(보령바이오파마) △GC플루쿼드리밸런트(GC녹십자) △코박스인플루4가(한국백신) △플루플러스테트라(LG화학)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다.

현재 국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국산 백신이 아닌 다국적 제약사의 4가 독감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곳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다국적 제약사의 백신 접종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독감 백신은 대표적으로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사노피 파스퇴르의 박씨그리프테트라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최대집 의협 회장은 “다국적 제약사의 독감 백신이 100% 안전하다는 근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내에는 국산 백신 유통이 많고 접종자가 많은 만큼 부작용 사례가 국산 백신 위주로 나타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모든 백신에 대해 일주일 접종 중단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이들의 사망 원인으로는 현재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독감 백신 접종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은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질병관리청 측은 접종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의견 대립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일 브리핑을 통해&nbsp;연휴기간 지켜야 할 예방수칙을 발표했다./ 뉴시스<br>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백신 사망자와 관련해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가접종 및 일반접종을 지속할 것을 재차 강조해 논란이 예상된다. / 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아직 구체적인 연관성이 확인 안 됐다며 예방접종 사업 계속 추진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 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사망자와 백신의 인과관계는 사망원인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자들이 맞았던 백신이라도 접종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 부분도 검토했으나,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정 청장의 이러한 주장은 의협 권고와도 상반되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대집 의협 회장은 “2015년~2020년 상반기 5년 반 동안 백신접종 사망 보고가 15건에 불과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단 6일 동안 17건, 18건 이상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독감 백신 접종의 일주일 유보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의협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일주일간 잠정유보 권고를 했는데, 질병관리청에서 접종을 강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조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최 회장은 “의협 측이 독감 백신 접종 일시 중단을 권고하는데 정부에서 이를 강행해버리면 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접수되는 등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어 의협 회원 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독감 백신 중단을 권고할 것”이라며 “질병관리청이 백신 자체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옳다면 유통 또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이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1~2일 내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들 사이에서 혹시라도 호흡기나 소화기 등에서 이상 증세가 느껴질 경우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22일 오후 8시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통계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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