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들끓고 있다.

윤 총장은 작심한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라임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 총장은 자신을 몰아세우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야당은 이에 가세해 ‘윤 총장이 핍박 받고 있다’는 프레임으로 여권을 공격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여권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져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여권과 윤 총장의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전날 국감장에서 윤 총장과 전면전을 펼친 민주당은 23일에도 윤 총장의 인격 문제까지 거론하며 맹폭을 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성역화된 신성불가침의 권력기관으로 바라보는 검찰총장의 인식이 우려스럽다”며 “무엇보다 검찰총장은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한 비판을 가했다.

황운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의 답변 태도와 내용을 보면서 일국의 검찰총장에 걸맞지 않는다는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인격의 미숙함과 교양 없음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자진 사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은 기어코 선을 넘었다. 독단과 아집이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며 “검찰의 총수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그러나 민주당은 집단적으로 윤 총장 퇴진론을 거론하는 것에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야당이 ‘윤석열 핍박’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퇴진론을 꺼내들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검찰총장의 진퇴 문제를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물론 국민들께서 두 분(추미애, 윤석열)의 갈등을 보면서 좀 걱정을 하시겠지만 저는 개혁 과정의 진통이다, 이렇게 생각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의원도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의 거취 문제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정치권에서 ‘사퇴해라, 하자마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검찰 개혁의 과도기 속에서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것이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며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서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고 윤 총장은 나름대로 불만은 있겠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검찰 개혁의 과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도 국감에서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할 생각”이라며 중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윤 총장은 또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하셨고, 여러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고 했을 때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말씀을 전해 주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한 것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 언론을 통해 “실제로 메시지가 전달됐는지를 포함해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여권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까지 개입했다가는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과 윤 총장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불편한 동거’를 계속 이어가며 앞으로도 갈등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양측은 서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총장은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본다. 이 혼란은 윤 총장의 임기인 내년 7월까지는 간다고 봐야 한다”며 “두 세력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적 해법을 기대하는 중도층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행태로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개혁이 왜,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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