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로 돌아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솜이 90년대 당찬 여성캐릭터로 돌아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을 통해서다. 매 작품, 독보적인 멋과 매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해내는 그는 이번에도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으로 주체적이고 당당한 인물을 스크린에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이솜이다.

이솜은 2008년 케이블채널 Mnet 모델 선발프로그램 ‘체크 잇 걸’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뒤 2010년부터 배우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연기자로 전향 후 초기에는 많은 작품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2014년 개봉한 영화 ‘마담 뺑덕’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3의 매력’ 등과 영화 ‘소공녀’ ‘나의 특별한 형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는데, 특정한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원톱 주연작인 ‘소공녀’에서 이솜은 캐리어 하나에 전 재산을 담아, 딱 위스키 한 잔 마실 정도의 여유를 벌며 살아가는 미소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활약,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유나로 분한 이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유나로 분한 이솜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엔 90년대 당찬 여성들의 특별한 연대를 담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삼진전자 마케팅부의 숨은 아이디어 뱅크 유나로 분해 관객들을 1995년으로 데려간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 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회사의 비리에 맞선 말단 사원들의 우정과 함께 나아가는 연대 속 뿌듯한 성장을 재미, 감동 속에 그려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극 중 이솜이 연기한 입사 8년차 사원 정유나는 마케팅부의 숨은 아이디어 뱅크이지만, 정작 하는 일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대리에게 빼앗기거나 회의 중인 부서원들에게 햄버거를 사다 나르는 보조 업무가 전부다. 까칠한 성격의 유나는 고졸 사원들을 대상으로 대리 진급을 내걸고 회사에서 개설한 ‘토익반’ 공고를 보고, 정리해고를 하려는 수작이라며 초를 치는 등 늘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리지만 당찬 매력으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솜은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유나를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유나의 까칠함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욕’을 넣어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고, 자영‧보람과의 관계를 담백하면서도 진하게 담아내 이들의 연대에 설득력을 높였다. 유니폼으로도 가릴 수 없는 멋과 개성을 부여한 스타일 역시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결과다.

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를 향한 가장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를 향한 가장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이솜은 유나를 만나 성장했다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나리오 처음 받고 어땠나.
“여성 또래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항상 있던 마음인데, 그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도 나한테 들어올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박’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잘 준비해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유나 캐릭터에 인정욕구가 있는 인물로 스스로 설정을 더했다고.
“마냥 걸크러시 느낌은 흥미롭지 않았다. 이종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더 긍정적으로 보게 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고, 또래 배우와 함께 한다는 점이 좋았지만 처음 유나 캐릭터를 보고 해야 하나 고민이 들기도 했다. 강한 캐릭터 이면에 정서적인 부분을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냥 강한 척하고 마냥 이야기가 많은 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아서 촬영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유나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나라는 인물에 인정욕을 넣어봤더니, 사람다워지고 친근해지더라. 친구들과 있을 때와 상사들과 있을 때 모습이 반대로 나오면서, 유나라는 인물이 완성된 것 같다.”

-유나와 자영, 보람 세 인물이 나오는데 실제 본인과 가장 비슷하고 공감이 됐던 인물은.
“유나와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유나와 가장 닮은 것 같다.(웃음) 실제 나는 할 말도 잘 안 하고, 아는 척도 많이 안 하고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내가 할 말은 하는 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유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의 연대가 돋보인 영화였는데, 특별히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세 친구(유나‧자영‧보람)가 어떻게 친해졌을지 고민이었다. 너무 다르고 각자 개성이 강한 이들이 어떻게 친해졌을까 싶었다. 유나는 자영을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본 것 같다. 보람과는 조금 더 명확한 부분이 있으면 해서 대사 하나를 추가했다. 국숫집에서 유나가 울먹거리다가 분위기가 전환돼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자영에게 얘기하지 마라’라는 대사를 넣었다. 그 대사를 추가하고 나니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보람과 유나의 관계가 형성이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송소라(이주영 분)와 유나와의 관계도 고민을 했는데, 그때 당시 재밌게 읽었던 ‘슬램덩크’ 속 강백호와 서태웅을 떠올렸다. 유나가 강백호고 송소라는 서태웅이었다. 강백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서태호를 못 이기지 않나. 그런 관계를 설정하면 만화적으로 재밌게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면도 많아 아쉬운 부분도 있다.”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이솜.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이솜. /롯데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직장인 여성을 그대로 재현한 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는데.
“배우 활동 전에 모델 활동을 해서 스타일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변신하는 것에 대해 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고 잘 어울린다, 그 시대 느낌이 난다고 얘기를 해줘서 열심히 준비하기 잘했구나 생각했다. 동묘에 처음 가봤다. 정말 재밌었다. 90년대 느낌이 나는 의상과 귀한 아이템들이 많더라. 지금 다시 레트로가 유행을 해서 그런지 정말 많았다. 의상팀과 상의하면서 함께 준비했다. 요즘 입는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재밌었다.”

-젊은 시절 사진 속 어머니의 의상을 재현하기도 했다고.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1995년도 사진이었다. 그때 우리 어머니는 유나와 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성격도 너무 다르다. 유나는 지금 봐도 너무 멋있는 여성이잖나. 달라서 그런지 더욱 유나한테 엄마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진을 봤는데 멋스럽더라. 그 사진을 의상팀에게 보여주고 사진 속 의상을 그대로 입고 어떤 장면이라도 찍고 싶다고 말해서 입게 됐다. 극 속 인물이긴 하지만, 기분이 묘하더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는 배우 이솜. /롯데엔터테인먼트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는 배우 이솜. /롯데엔터테인먼트

-또래 배우들과 작업은 어땠나. 고아성, 박혜수와 숙소까지 같이 썼다고.
“너무 잘 맞았다. 제가 가장 큰 언니이긴 한데 오히려 두 배우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함께하는 동료라고 생각하다 보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두 배우들도 편하게 대해줘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친근함에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 좋았다. 이렇게 또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했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서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애정이 남달랐다.”

-극 중 유나를 향한 마케팅부 반은경(배해선 분) 부장의 대사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배우로서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경험을 하는 거니까…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항상 있다. ‘삼토반’을 통해 성장한 부분은 유나 캐릭터에 집요하게 내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는 점이다. 스타일이나 분위기나 하나하나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유나를 만들어갔다. 그래서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