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총수 체제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했다.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간의 투병을 한 끝에 25일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내에서 일어날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쓰러진 후, 그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총수 체제’는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다만 이재용 총수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 삼성, 이재용 부회장 ‘회장 승격’ 절차 준비 나설 듯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격 절차 및 시점에 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뒤, 여러 보직을 거치며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인 2014년부터 삼성그룹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인 총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공식적인 총수 직함(회장)도 이어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 체제의 ‘뉴 삼성’이 제대로 된 닻을 올리기 위해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 우선 당면 과제로는 상속세 부담, 지배구조 개편, 사법 리스크 이슈가 거론된다.

이 회장은 국내 재계 총수 중 가장 많은 주식 자산을 보유한 부호다. 금융감독원 전사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이를 상속받기 위해선 10조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워낙 막대한 액수이다 보니, 이를 한 번에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재계에 총수 일가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부연납 제도는 연이자 1.8%를 적용해 신고·납부할 때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제도를 택하더라도 연간 내야 할 상속세가 1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에 이들이 주식 배당, 대출, 지분 매각 등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룹의 후계자인 만큼, 가장 많은 상속세 부담을 질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편도 이 부회장이 짊어진 부담 중 하나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 부회장→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체계로 구축돼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4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 같은 지배구조 체제에 위험요인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과 지배구조 개편, 사법리스크가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대표할 미래 먹거리 발굴도 숙제로 지목된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부회장이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과 지배구조 개편, 사법리스크가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대표할 미래 먹거리 발굴도 숙제로 지목된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부회장이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전체 보유주식의 3%를 넘는 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는 핵심 주주다.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이 낮아질 경우,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대비한 지배구조 개편 준비가 주요 과제로 지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상속세·지배구조 개편·사법리스크 등 부담… 이재용의 ‘뉴삼성’ 순항할까  

아울러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편도 필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키고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법 및 편법 승계 의혹을 사 왔다. 이 같은 논란은 수년간 이어져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각 계열사의 상속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를 지켜봐야 하며, 법 규제 변화 여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보유 지분(20.76%)이 아들인 이 부회장에 얼마나 상속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도 이 부회장에게는 난제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건과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사건으로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는 이재용 체제의 정통성과 안전성, 삼성그룹 신인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미래 먹거리 발굴도 이 부회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그간 ‘뉴삼성’을 주요 경영 키워드로 내걸고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보여 왔다. 2015년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엔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판을 짜왔다. 

아울러 2018년에는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전했다.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사업 투자로 미래 경쟁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 부회장의 체제가 삼성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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