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가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파라다이스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올해 대규모 적자 실적을 낸 가운데 신용등급과 주가도 비틀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단기간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실적 악화… 주가도 내리막길 

외국인 대상 카지노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인 파라다이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6일 코스닥 시장에서 파라다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2.64% 하락한 1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1월 14일 장중 한때 최고가(2만2,200원) 비교하면 41.9%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주가 부진은 올해 실적 악화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며 호텔 자회사를 거느린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사업 매출은 급감했다. 파라다이스는 올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으로 수백억대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개별기준 매출액은 1,16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1.1% 급감했다. 같은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파라다이스는 93억원의 영업손실과 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을 포함할 경우, 손실은 더 크게 불어난다. 파라다이스의 연결기준 상반기 영업손실은 397억원으로 전년 동기(-16억원)보다 손실이 대폭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542억원으로 전년 동기(-212억원) 대비 손실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593억원으로 전년 동기(4,356억원) 대비 40.5%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비용 절감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당분간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단기간 주가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파라다이스에 대해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도 자가 격리기간 축소 없이는 해외 유입 고객이 전무해 실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력을 포함한 적극적 비용 감축 노력이 연말까지 지속되더라도 카지노, 리조트, 호텔 등 전 부문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영업흑자 전환은 내년 하반기부터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자가격리 기간 축소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당분간 카지노 매출액은 분기 550~600억원을 크게 상회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공격적인 비용 절감을 하고 있는 만큼, 내년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을 흑자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차입금 비중이 높은 점에 대해 우려를 보냈다. 

◇ 신용등급 강등에 회사채 시장서 냉대 

김 연구원은 “상반기 말 파라다이스의 순차입금은 1조원 규모로 연간 450~500억원 가량의 금융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는 영업적자가 가중되는 힘든 업황에서 더욱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차입금 부담으로 내년 이후 영업 단에서는 연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순익 단에서는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파라다이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 목표주가 1만5,000원을 제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파라다이스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악재도 맞았다. 이달 초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줄줄이 파라다이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일 파라다이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파라다이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이들은 그룹 지주사들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의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낮췄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파라다이스와 파라다이스글로벌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며 추가 하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신용등급 조정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급감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크게 부진한 영업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며, 회복 속도와 폭이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 사업 정상화를 통해 확대된 차입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부진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저하됐고 단기간 내 회복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파라다이스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14일 3년물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파라다이스는 투자 주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고정금리로 2.3%에서 3.3%의 금리밴드를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전무했다. 결국 파라다이스가 발행하는 회사채는 인수단에서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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