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라임·옵티머스 특검'으로 진실 규명하라는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라임·옵티머스 특검'으로 진실을 규명하라는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정감사 마무리를 앞두고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라임·옵티머스 특검 여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면서 여당의 특검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해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문제를 처리했기 때문에 여당도 특검을 받아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연루 의혹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현행 공수처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는 점, 국민의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선정 의도를 문제 삼는 등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좀처럼 협상 물꼬가 트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특검 관철을 위해 철야농성까지 예고하자 민주당은 '정쟁'으로 받아치면서 신경전만 격화되는 모습이다.

◇ 국민의힘의 공수처 추천위원 추천 두고 민주당 반발

국민의힘은 이날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의사과에 추천서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처장을 추천해야 한다는 확고한 기준을 가진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공수처법을 만들 때부터 절차상 위법성이 분명했고 내용상 문제로 헌법재판소에 제소돼 있음에도 (여당은) 국회와 국민을 압박하고 있다”며 “국회를 더 이상 정쟁의 장으로 내몰 수 없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이헌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유가족에게 3차례 고발당한 전력과 과거 언론 인터뷰 등에서 현행 공수처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이력 등을 근거로 들었다. 비토권을 행사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할 의도로 내정했다는 판단이다.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법무부·법원행정처·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각 1명, 여야 교섭단체 추천 각 2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 출범이 어려운 구조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를 겨냥해 “발목잡기 행동대장으로 추천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전날(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게 공수처장 추천위원 두 분을 배정한 것은 공정하게 공수처장을 임명하기 위함”이라며 “그 제도를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위원 반대로 공수처 출범이 지연될 경우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추천위원이) 공수처장 추천을 방해하면 국민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공수처장 후보가) 합리적이고 자격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반대한다면 법·제도적 치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의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의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여야 특검 공방 ‘공회전’

공수처 추천위원 선정을 카드로 청와대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라임·옵티머스 특검까지 곁들이려 했던 국민의힘은 다소 답답한 상황이 됐다. 공수처나 라임·옵티머스 특검 등 서로 양보가 어려운 현안을 놓고 무한대치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의석 수에서 여당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국민의힘은 특검 관철을 위해 여론에 기대야 한다는 판단이다. 급기야 국회 내 철야농성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 지도부는 정부여당 규탄 발언을 이어가면서 국민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에 집중하는 태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국민 눈 감게 만들고 자기 뜻대로 모든 것 하라고 국민이 다수 의석을 준 것이 아니다”라며 “정권이 현 상황을 냉철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도록 특검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고 했다.

농성을 바탕으로 한 여론전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아쉬운 쪽인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현행 공수처 출범과 특검을 교환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현행 공수처법에 위헌 입장을 뚜렷히 밝혀온 만큼 그대로 협상카드로 쓸 경우 내부적으로 상당한 역풍에 휘말릴 수 있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여야가 양보·합의 가능한 선에서 공수처법에 손을 대는 방법도 있지만 민주당이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를 정치공세로 보고 ‘반(反)민생’ 프레임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단순 금융사기사건으로 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1야당이 국감 후 입법과 예산심의를 앞두고 농성하겠다는 것은 뜬금없는 정쟁”이라며 “오직 국민의힘만 권력형 게이트라고 우기면서 억지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금융사기사건임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정쟁용 특검 요구를 철회하고 민생에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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