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나라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의 공통된 트렌드는 ‘탈(脫)통신’이다.

기존 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던 통신사의 이미지를 벗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첨단 정보통신(ICT)기술을 아우르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시장포화로 통신 신규 가입자들의 증가세는 눈에 띄게 줄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탈통신 전략은 확실히 경쟁력이 있는 사업방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대비 이동통신 보급률은 122%를 넘었다. 특히 LTE의 경우엔 가입률이 80%에 달했다.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5세대 이동통신 ‘5G’품질 개선을 우선순위로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5G는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끊긴다. LTE로 전환돼 사용되는 시간이 5G를 사용하는 시간보다 훨씬 긴 것도 큰 문제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5G가용률은 22.2%에 불과하다. 1시간 동안 5G를 연결하면 고작 13분 정도만 5G를 사용하고, 나머진 LTE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5G의 아이덴티티라 볼 수 있는 ‘아주 빠른 속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5G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했던 당시, 통신사들은 ‘LTE보다 20배 빠르다’ ‘영화 한 편을 1초도 안돼 받을 수 있다’ 등의 화려한 문구로 5G를 홍보했다. 문제는 ‘LTE보다 20배 빠른’ 5G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선 현재 사용되는 3.5GHz 대역의 5G가 아닌  ‘28GHz’ 대역의 5G망이 필요하다. 현재 3.5GHz 망을 이용할 경우, 5G의 속도는 LTE보다 많아야 4배 정도 빠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아직까지 단 한 곳의 28GHz 5G망 기지국도 건설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2일 열린 국회 과방위 종합 국감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GHz 5G 상용화는 당장은 포기”라고 말하기까지했다. 

통신사 측에서도 “28GHz는 당장 일반 상용화는 힘들고 기업용 B2B(기업간 거래)서비스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28GHz가 기업전용이 될 것이라면, 지난해 4월 대중들에게 5G를 광고할 때 28GHz는 ‘기업용’이라는 점을 확실히 명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소비자들은 LTE보다 20배 빠르지도 않고, 1시간 동안 고작 13분 사용할 수 있는 5G 사용하기 위해 7~8만원의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5G에 불편함을 느끼고 다시 LTE로 돌아간 고객도 8월말 기준 56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통신사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곧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노력하겠다’ ‘5G망 확충을 통해 끊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 IT기업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과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통신사들의 입장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완성된 5G가 소비자들에게 ‘요란한 소리만 나는 빈수레’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통신사들이 ‘탈통신’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근본이 ‘통신사’라는 점을 상기하고 5G품질 개선에 좀더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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