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거스르기 쉽다. 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각종 공익단체나 활동가들은 늘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본주의와 공익의 맹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에선 그 역할과 가치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뚝딱장난감은 고장 난 장난감을 무상 수리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권정두 기자
뚝딱장난감은 고장 난 장난감을 무상 수리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이들에게 있어 장난감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자 친구다. 단순한 놀잇감을 넘어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도와주며 성장기를 함께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비교적 고장이 잦은 편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거칠게 다루는 일이 많은데다, 애초에 내구성이 약한 경우도 상당하다. 특히 장난감의 기능이 더욱 발전하고 다양해지면서 각종 고장의 소지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 가지고 놀지 못한 장난감, 혹은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장난감이 고장나버리면 무척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A/S를 받으려 해도 품질보증 기간이 턱없이 짧고, 수리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유상교환만 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아예 A/S가 불가능한 장난감도 상당수다. 또한 중고로 장난감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역시 A/S가 곤란하다. 만만치 않은 장난감 가격과 대부분 간단한 고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씁쓸해진다.

◇ 고장 난 장난감 ‘뚝딱’ 고치는 베테랑들

이럴 때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영웅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뚝딱장난감’이 그 주인공이다.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해주는 뚝딱장난감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이다. 이때만 해도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단순 봉사 차원의 인터넷 카페였다. 이후 뚝딱장난감은 2016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됐고, 사회적 목적과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인천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뒤 올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고장 난 장난감 택배들. /권정두 기자

가장 놀라운 것은 뚝딱장난감의 장난감 수리비가 일체 무료라는 점이다. 모터 등 부품교체가 필요한 경우엔 부품비만 부담하면 된다. 

뚝딱장난감을 구성하고 있는 ‘연구원’은 8명으로, 이들의 평균나이는 60대 후반이다. 해군, 공무원, 고등학교 교사 등에서 은퇴한 뒤 ‘장난감 의사’로 2막을 살고 있다. 이들이 돈벌이가 아닌 재능기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니 무료 장난감 수리가 가능한 것이다.

장난감 수리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에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부숴진 장난감, 방수 처리된 장난감, 봉제 장난감 등)가 아니라면, 수리 완료율이 95%에 달한다.

뚝딱장난감은 인천 문학주경기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9일 이곳을 방문한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전국 각지에서 온 택배박스였다. 각종 장난감과 부품들도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장난감들이 새 생명을 얻는 공간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2~3평 남짓 되는 공간에 6개의 책상이 놓여있었고, 그곳이 ‘수술대’ 역할을 했다. 책상 위엔 장난감 수리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 공간에선 장난감 멜로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장난감을 구석구석 살피며 수리하는 베테랑 연구원들의 표정은 모두 진지했다. 

뽀로로 캐릭터 장난감을 수리하던 김성수 씨는 기자에게 고장의 이유와 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이 장난감은 멜로디가 나오다 말다 하는 증상으로 이곳에 보내진 것이었는데, 내부 기판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김성수 씨는 다른 쪽으로 선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뚝딱’ 또 하나의 장난감이 생명을 얻었다.

이렇게 이곳에서 다시 태어나는 장난감은 한 달 평균 400여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3만여개의 장난감이 새 생명을 얻었다. 크게 주목받진 못하지만 이들의 손길은 아이들의 꿈과 행복을 지켜주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며, 장난감 쓰레기를 줄여 환경문제에도 기여한다. 장난감 업계가 판매에 비해 A/S에 소극적인 현실을 감안하면 의미가 더욱 크다. 영웅이라 일컫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뚝딱장난감의 수리 완료 비율은 95%에 달한다. /권정두 기자

◇ 수익 사업 안정화가 숙제… 크고 작은 도움 함께 해야

이처럼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보내고 있는 이들이지만, 고민이나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건 역시 비용문제다. 인건비는 차치하더라도, 장난감 수리 의뢰 물량이 늘어나면서 당초 자비로 충당했던 부품 등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후원금을 받긴 하지만 이를 충당하긴 어렵다. 

이에 뚝딱장난감은 일부 수익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육아지원종합센터와 지자체, 수리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장난감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의뢰받아 유상 수리하거나 출장수리 행사를 진행한다. 또한 쇼핑몰을 통해 장난감을 판매하고, 나라장터에 장난감 입찰 공고가 나오면 참여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일부 지원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수익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3년 뒤까지 자생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3년이며, 이후 3년은 지원 없이 자생력을 입증해야 한다.

수리가 완료된 장난감을 되돌려 보낸 흔적으로 남은 택배송장들. 뚝딱장난감은 한 달 평균 400개의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권정두 기자
수리가 완료된 장난감을 되돌려 보낸 흔적으로 남은 택배송장들. 뚝딱장난감은 한 달 평균 400개의 장난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권정두 기자

뚝딱장난감은 오랜 세월 아이들의 꿈과 행복을 지켜주고자 한다. 지금의 연구원들이 은퇴할 시기가 되면, 또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선순환을 꿈꾼다. 아직은 여력이 되지 않아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지만, 연구원으로 합류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뚝딱장난감을 향한 크고 작은 도움들이 꼭 필요하다. 특히 공공부문이나 각종 단체의 유상수리 및 출장수리 의뢰는 뚝딱장난감의 자생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후원금은 물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기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증한 장난감은 부품 재활용 등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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