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 중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하지만 그는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을 갈아치우는 옥의 티도 남겼다. /뉴시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 중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하지만 그는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을 갈아치우는 옥의 티도 남겼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이제 마지막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NC 다이노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 팀도 모두 가려졌고 30일 마지막 경기를 통해 최종 순위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이 남긴 각종 기록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중엔 썩 달갑지 않은 불명예기록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것이 병살타다. 병살타는 타자에게 있어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찬스가 무산되고,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병살타는 상대팀에 기세를 넘겨주고, 경기를 패배로 장식하는 빌미가 되곤 한다. 반면, 투수를 비롯한 수비 입장에선 짜릿한 최상의 결과다.

병살타와 관련해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된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의 용병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9일까지 26개의 병살타를 기록 중이다. 기존의 한 시즌 개인 최다 병살타 기록은 2017년 윤석민(당시 KT 위즈)과 최준석(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24개였다. 페르난데스는 이 기록을 이미 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페르난데스는 올해로 KBO리그 2년차다. 지난해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올해도 두산 베어스와 함께 했다.

지난 시즌 페르난데스가 기록한 병살타는 16개뿐이었다. 이 부문 공동 1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특별히 많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병살타가 급증해 이 부문 역대 신기록까지 갈아치운 것이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대팀들은 두 번째 시즌을 맞은 페르난데스를 더욱 철저히 분석해했다. 국내에서 뛴 경기가 쌓이면서 이러한 분석도 더욱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들어서면 주로 ‘맞춤형’ 수비 시프트가 적용됐다. 2루수는 1루와 2루 사이에, 유격수는 2루 베이스 쪽에 위치했다. 페르난데스는 보란 듯이 홈런을 때려내는 등 시프트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병살타 또한 속절없이 쌓였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를 원망하긴 어렵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현재 143경기에 모두 출전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664타석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에도 전 경기 출전해 가장 많이 타석에 들어선 바 있다.

성적 또한 출중하다. 지난 시즌 197개로 최다 안타 1위에 올랐던 그는 올 시즌 198개의 안타로 이를 넘어섰다. 아직 1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200안타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홈런도 지난해 15개에 이어 올해는 21개를 때려냈다. 

물론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는 페르난데스의 화려한 기록에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페르난데스를 미워할 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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