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친(親)호남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내일(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다. 지난 8월 5·18 묘역에서의 ‘무릎 사죄’ 이후 두번째 광주 방문이며, 호남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달 29일 전북을 찾은 이후 5일 만이다.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 등 대형 선거가 잇따라 예정된 가운데, 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질적 험지인 호남 민심 회복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가 호남에 집중하는 사이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향후 김 위원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 호남 민심, 서울시장 보선에도 영향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3일 제91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 기념식 전후로 광주·전남지역 광역·기초단체장과 정책협의 및 중소기업인 간담회 등이 예정된 강행군이다.

최근 호남에 대해 김 위원장 체제 국민의힘이 밟고 있는 일련의 수순은 짝사랑 이상의 모습이다.

정강정책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담은 데 이어 비례대표 당선권 25%를 호남 인사로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남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영남권 의원들에게 호남지역에 제2지역구를 배정해 민심을 살피도록 했다.

아울러 새 사무총장에 전남 출신 정양석 전 의원을 내정했고, 지난달(10월) 27일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광주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29일에는 김 위원장이 전북을 찾아 남원 국립공공의대설립 관련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호남 행보는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내년 4·7 보궐선거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태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1승 1패만 해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지역 유권자 약 30%가 호남 출신으로 알려진 만큼 호남 표심이 선거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시장 결과는 2022년 대선까지 영향을 끼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당 국민통합위원회 회의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소기 목적을 달성하려면 국민통합 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을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호남지역 사람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뒤바뀐 TK민심? 與, 국민의힘 추월

국민의힘 지도부가 호남에 집중하는 사이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1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TK 지지율은 34%로 집계된 반면 국민의힘은 30%에 그쳤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주 대비 국민의힘은 TK 지지도가 4%p 상승했지만 민주당이 무려 14%p 급등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텃밭 지지율조차 여당에 밀리자 당 밖 보수진영에서도 불만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2중대 노릇을 열심히 하는 김종인 효과”라며 비대위를 겨냥했다. 김 전 지사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무너지는데 체제수호 투쟁은 극우로 몰아버리니 낙동강 전선을 사수했던 대구경북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TK 이상징후를 감지했는지 주 원내대표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가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구와 경북은 대한민국 보수를 지탱해온 큰 기둥”이라며 “국민의힘의 든든한 힘이 되는 대구경북에 이제는 국민의힘이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호남 민심 회복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영호남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영호남을 아우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면서도 “(호남에 대한) 지나친 구애는 진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고 역차별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어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TK 지지율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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