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방침을 확정하면서 야당에선 “후안무치” “조변석개 정당”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추진에 이낙연 대표가 총대를 메면서 야당의 공격도 이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지낼 당시 ‘김상곤 혁신위’에서 만들어졌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성추문’에 휩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중도 하차로 치러지게 된다. 민주당의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할 수가 없다.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공천을 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전당원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86.64%가 ‘당헌 개정을 통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됨에 따라 민주당은 당헌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민주당은 현행 당헌 규정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방식으로 당헌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낙연 대표는 2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공천 불가피성을 설파하는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들의 뜻이 모아졌다고 해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저희들의 잘못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 피해 여성께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희 당은 윤리감찰단을 새로 가동한 데 이어 오늘은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의 성 비위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조사와 후속 조치 등에 임할 것이다. 성인지도 더 강화했고 더 강화하겠다”며 “그런 잘못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고 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해드리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저희 당은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무공천 약속 파기’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공천 추진에 총대를 멘 것은 이미 당 내에 공천 불가피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로서 이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해야 1년 뒤 치러지는 대선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공천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을 ‘사문화’시키는데 앞장섰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정치적인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부산 보선 결과, 이낙연 ‘대권가도’ 좌우

특히 이 대표가 공천에 총대를 멘 만큼 승패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이 대표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거 결과는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는 날개를 달겠지만 만일 패배한다면 대권 가도는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까지 비판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둬서 후보를 냈는데 만약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다면 정치적 책임은 이낙연 대표가 온전히 져야 한다고 본다”며 “그러면 아마 대선 가도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국민들과 했던 약속, 정치 개혁이라고 하는 대의, 이런 것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결과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낙연 대표가 어떻게 보면 승부수를 던진 측면이 있는 선택이다. 이 대표가 (선거)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감은 당연히 느껴야 한다”면서도 “당원들이 당헌 변경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가 당원들의 의사와 요구를 당 운영 과정에서 반영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무공천 약속’ 파기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대표가 정치적 상처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만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7월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무공천’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친문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이 지사는 이틀 후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며 무공천 주장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말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지사는 2일 국회 인근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당원의 한 사람인데 당에서 결정했으면 그냥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서울과 부산이라는 중요한 표밭을 그냥 둘 수는 없기 때문에 공천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이낙연 대표가 이재명 지사에게 좋은 일만 만들어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번 공천 결정은 이낙연 대표에게는 두고두고 덫과 함정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를 넘어서 대권 후보가 되겠다는 분이 눈앞에 이익을 좇아서 명분과 약속을 저버리는 일을 선택한 것은 대선 후보로서 상당한 결격 사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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