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지주사 체제 전화 후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휩싸였던 한솔제지가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내놓았다. / 한솔제지
2015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올해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 휩싸였던 한솔제지가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내놓았다. / 한솔제지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1위 제지기업 한솔제지가 급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연말을 맞고 있다. 펄프가격이 저공비행을 이어가는 호재를 극대화 할 만한 성장 모멘텀을 갖추지 못하면서 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 3분기 반전 성적표 내놓은 한솔

한솔제지가 반전 실적을 내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지난 3분기(잠정치) 3,48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 뒷걸음쳤다. 영업실적 하락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35%가 빠져 189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으로 인해 한솔제지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솔제지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영업실적을 달성해 2015년 지주자 체제 전환 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장밋빛 예측에 휩싸였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사회 현상도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한솔제지는 치킨이나 피자 등 음식포장에 주로 사용되는 국내 백판지 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점유율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1년 농사’의 전환점이 되는 시점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한껏 고무됐던 분위기가 한풀 꺾이게 됐다. 오히려 3분기까지 누적 매출(개별)은 1조958억원으로 예년 대비 저조한 수준이다. 최저 실적으로 기록된 2016년(1조71억)보다 8% 남짓 앞서 있을 뿐이다. 최대 성과가 기대됐던 영업실적 또한 마찬가지다. 흑자 규모가 1,000억원에 근접해 있어 호실적인 건 분명하지만, 지난 5년의 행적을 들춰봤을 때 결코 압도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주사 전환 초창기인 2016년(971억)과 2018년(1,013억)에 뒤처져있다.

올해 초 한솔제지 수장으로 부임한 한철규 대표. / 한솔제지
올해 초 한솔제지 수장으로 부임한 한철규 대표. / 한솔제지

◇ 워밍업 ‘끝’, 본무대 오르는 한철규

지난 1, 2분기에 순풍을 탈 수 있었던 것도 원가 하락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제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국제펄프(SBHK) 가격은 현재 톤당 540달러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달렸던 2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8월에는 530달러를 기록, 52주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실제 한솔제지는 2분기 매출원가율이 4년 만에 80% 밑으로 떨어지며 원재료 하락 덕을 톡톡히 봤다.

이처럼 지난 석 달의 시간을 되돌아 봤을 때 한솔제지가 그룹사 사정에 정통한 한철규 대표 부임 효과를 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경자년을 맞아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이 된 한 대표는 명실상부 한솔의 실세로 급부상했다. 33년간 회사의 녹을 먹은 한 대표를 향한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걸 입증했다. 외적 호재에 힘입어 부임 첫 해를 비교적 선방할 수 있게 된 한 대표는 2년 차인 신축년에 보다 확고하게 총수에 화답해야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지난 2일 한솔제지 주식 매수 의견을 내놓은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약화되고 있는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영업실적을 감안해 올해 및 내년 연간 수익예상을 하향 조정했다”며 “인쇄용지와 특수지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돼야 내수 및 수출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부진한 실적 흐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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