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세 완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정치권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된 상황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가 재산세 완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야당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엇박자를 냈던 민주당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정치권에서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돼버린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3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최대 15년에 걸쳐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재산세 완화 방침도 발표했다. 1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최종적으로 공시지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p 낮추기로 했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이를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민주당은 공시지가 9억원을 기준으로 하자는데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주장한 6억원 기준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으로서도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9억원 기준은 당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정 간 갈등으로 비치면서까지 이러한 의지를 강조했던 것은 내년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떠한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생채기만 남고 말았다.

야권도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증세′를 선언한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세율의 감면 폭은 적은 반면, 장기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결국 조세 부담이 감면 혜택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쏟아지는 이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시지가를 짧은 기간 내 90%까지 현실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증세”라며 “실질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건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조세저항이 있으니까 몇 년간 0.05%p씩 감면을 해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거들었다. 원 지사는 “2018년 공시지가 반영률 80%였던 집들도 이제 뛰어서 반영률 60%가 되었으니 다시 ‘현실화’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정부의 알뜰 살림 지혜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작은 것은 깎아주고 큰 것은 올리고 증세라는 말 대신 ‘현실화’라는 말로 피해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쓴소리를 했다. 다만 정의당은 재산세 인하가 ‘조세 정의’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증세가 필요함에도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개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턱없이 낮게 책정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자는 것은 말 그대로 공시가격의 ‘비정상화 정상화’로 공정과세와 조세 정의를 위해 이미 실현됐어야 할 정책”이라며 “그런데 그 반대급부인 재산세 인하를 하겠다니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작과 함께 빛 좋은 개살구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수석대변인은 “일관성이 결여된 정부의 엇박자 정책은 내년 보궐선거 등의 표를 의식한 매표정책이라는 일각의 의심은 지울 수가 없게 됐다”라며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개혁의 초심과 일관된 뚝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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