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홍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홍 부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 제안 설명을 마친 후 인사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이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 이어졌다. 예산 정국 이후 홍 부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수장 교체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당정 간 해묵은 갈등 표출?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였다. 당초 기재부는 대주주 요건을 3억으로 낮추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증시 불안 등을 고려한 여당은 이를 반대했다. 결국 대주주 요건은 여당의 뜻에 따라 10억원 현행 유지로 정해졌다.

이에 홍 부총리는 “저는 (대주주 요건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누군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와 여당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에도 당정은 갈등을 빚었다. 여당은 위기 상황인 만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며 18조원 이상의 규모를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정부에 제출한 추경안은 11조7,000억원 규모였고, 정부안 그대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경안을 비판하며 홍 부총리의 거취를 거론해 압박했다. 

또 지난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당시에도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과 효과를 고려해 하위 50~70%에만 선별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100% 지급을 주장했고, 청와대는 여당의 손을 들어줘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또 지난달 기재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홍 부총리를 비판했다. 기재부는 올해 확장재정 기조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자,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들며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은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기에 재정 준칙을 도입해야 하느냐”며 격렬히 비판했다. 해당 문제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중저가 주택 보유자 재산세 감면 이슈에서 정부는 ‘6억원 이하’, 여당은 ‘9억원 이하’를 주장하는 등 당정이 이견을 보였다. 이번에는 여당이 양보해 6억원(공시가) 이하 1주택 보유자에게 감세 혜택을 주기로 변경했지만,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로 인해 홍 부총리는 또 한 번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 경제수장 교체할까?

결국 홍남기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당정 간 거듭된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뜻을 번번히 굽혀야 했던 것에 대한 불만 표출로 풀이할 수 있다. 한 부처의 수장으로서 여당과의 불편한 관계가 오래 이어지고 있는데, 부처 장악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오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대통령께서 그 사안(대주주 요건 관련)이 부총리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반려하셨다”며 “이 문제는 종료가 된 것으로 판단해주시고, 의원님들께서는 전처럼 부총리와 함께 국정을 잘 논의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에도 홍 부총리에게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경제팀이 잘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신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와 정 총리의 발언으로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11월 예산철에 경제부처 수장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취에 대해 밝힌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미 반려했음에도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 통과 이후 경제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는 재신임으로 정리됐지만, 앞으로도 당정 간 갈등은 계속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분간 경제수장을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위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 반등을 이끌어온 홍 부총리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지난 3일 홍 부총리에 대해 ‘재신임’ 입장을 밝히는 등 문 대통령이 오히려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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