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관련해 한성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한성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국 대선이 사상 초유의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그 여파로 들썩이고 있다. 하루 사이에 판세가 크게 바뀌면서, 두 후보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 행보가 거듭 엇갈리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기업이 있다. ‘크래미’로 유명한 수산업 및 수산물 제조가공업체 한성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한성기업의 주가는 올해 5월까지만 해도 4,000~5,000원대를 오가는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주식시장에 가해진 3월엔 3,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6월 들어 들썩이며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7월 하순엔 2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불과 두 달여 만에 4~5배 치솟은 것이다. 이후 대체로 하락곡선을 그린 주가는 11월 들어 1만원~1만2,000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이 기간 중 한성기업의 주가가 크게 치솟은 것은 6월 8~9일, 그리고 7월 13일이었다. 반면, 지난 4일엔 전일 대비 21.2% 폭락했다. 그런데 5일 들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급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성기업에서 주가상승 또는 하락의 요인을 찾긴 어렵다. 한성기업은 최근 사업 및 경영과 관련해 이렇다 할 변화나 중대 발표가 없었다. 5월 이후 공시도 최대주주인 임우근 회장의 주식담보 계약 연장에 대한 내용과 1분기 및 반기 보고서가 전부였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한성기업은 상반기 연결 기준 1,29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73억원 대비 5.4%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92.6% 증가하긴 했지만, 주가가 4~5배 뛸 정도의 사안으로 보긴 어렵다. 무엇보다 한성기업의 상반기 실적은 지난 8월 12일 공시됐는데, 이때를 전후로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성기업의 주가 움직임은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행보와 맞아떨어졌다. 주가가 크게 오른 시점을 보면, 바이든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 때와 일치한다. 반대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 4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바 있다. 다시 주가가 급등한 5일엔 다시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진 상황이다.

미국 대선 양상이 적잖은 국내 기업 주가에 영향을 끼쳐온 것은 분명 사실이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업 분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관련 기업이다. 바이든 후보가 친환경과 관련해 대대적인 공약을 내놓으면서, 이와 관련된 분야의 기업들이 소위 ‘바이든 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한성기업은 친환경과 별다른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사업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는 대다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 특히 바이든 후보의 행보에 따라 한성기업의 주가가 들썩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한성기업의 오너일가 3세 임준호 사장은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시라큐스 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 그런데 바이든 후보 역시 이곳 로스쿨 출신이다. 즉, 한성기업은 두 사람이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바이든 테마주’가 됐고, 주가가 들썩인 것이었다.

1942년생인 바이든은 1960년대에 시라큐스 로스쿨을 다녔다. 1979년생인 임준호 사장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또한 두 사람은 전공도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관계로 인해 한성기업이 어떠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체 없는 테마주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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