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손바닥 뒤집기' 몰염치 공천 규탄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손바닥 뒤집기' 몰염치 공천 규탄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내부 정비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기 앞서 당 단합을 강조하는 한편, 중진과의 스킨십·조직 정비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국민의당과의 야권연대 및 중도·호남 외연 확장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제1야당으로서 ‘그릇’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탄탄한 내부 결속부터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빨라지는 김종인 발걸음

국민의힘은 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정양석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함경우 조직부총장도 당연직으로 조강특위에 합류했다. 황보승희 의원·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조직위원장·김관하 윤리위원장·이양희 당무감사위원장도 위원으로 내정됐다.

조강특위는 즉각 서울·경기지역 사고당협 12곳(서울 6곳·경기 6곳)에 대한 조직정비에 나선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이 반드시 탈환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만큼 공석인 당협 정비가 시급하다.

서울지역 사고당협은 최근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종로를 포함해 관악갑·은평을·양천갑·노원갑·강서을 등 6곳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별도 브리핑을 통해 “조강특위는 먼저 사고당협위원장 선임을 추진하게 된다”며 “당협을 정비, 보강해서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조직 정비와 함께 내부 여론 다지기에 진력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서 김종인 체제 비대위의 당 운영 방식 및 리더십을 놓고 간헐적 비판이 제기되는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 비대위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당직자, 당원 여러분 중 다소 불편한 느낌을 같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다소 불만스러운 생각이 있더라도 당이 혼연일체가 돼 선거를 반드시 이기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까지 당이 단합된 모습으로 참고 견뎌내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데다 시한부 임기(내년 4월)인 만큼 내부 비판이 잦아질수록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중도실용 기조로 외연을 확장하려 해도 ‘집안도 다스리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여당에 공세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선거까지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당 중진과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일 서울·부산지역 중진과 연쇄회동하는 ‘속력행마’로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에서 4선 권영세·박진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김성태·김용태·이혜훈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과 만찬을 갖고 보궐선거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양석 사무총장도 동석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부산지역 중진과도 식사했다. 5선 조경태·서병수 의원과 3선 하태경·김도읍 의원이 자리했다. 특히 조 의원의 경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등 김종인 비대위를 거듭 저격해온 점을 감안하면 둘의 만남 자체에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내부 결속은 곧 야권연대 발판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부 결집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야권연대를 지지하는 당내 기류가 거세지는 탓도 있지만, 한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TK) 지지율이 여당에 뒤쳐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1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구ㆍ경북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4%인데 반해 국민의힘은 30%에 그쳤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ㆍ전남 중소기업인 간담회 전 브리핑에서 “(지지율 하락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TK가 '집토끼'라고 해서 홀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과 야권연대를 이루기 위해서도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대폭 높이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야권 인사들의 국민의힘 합류 장벽을 낮추면서 야권연대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문호를 아무리 개방해도 내부 갈등이 시시각각 당 밖으로 표출될 경우 당 밖 인사들도 야권연대 깃발을 드는 것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야권연대는 국민의힘 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며 “국민의당도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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