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여권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특활비를 걸고 넘어졌지만, 그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더욱 공세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여권의 공세가 연일 심화되고 있다. 그간 정치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대립에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 그러나 여당에서 윤 총장에 대한 맹비난에 이어 ‘자진 사퇴’까지 언급되면서 여권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시점”이라며 “대선 3위?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하고 끊임없이 편향된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기 때문으로 ‘검찰의힘’ 당 대표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검찰총장이 전국을 유세하듯 순화하며 정치메시지를 홍보하는 행태를 우리 국민은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정치검찰’ 프레임으로 윤 총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간 윤 총장과 여권 사이 팽팽한 신경전의 연장선이다. 라임‧옵티머스 수사를 두고 첨예하게 이어오던 갈등은 국정감사와 월성1호기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터졌다. 윤 총장은 대검 국정감사 당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라며 추 장관과 여권에 전면 반박했다.

윤 총장이 퇴임 후 정계 진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증폭시킨 원인이 됐다. 여권은 연일 윤 총장의 행보에 ‘정치적’이라는 수사를 붙이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9일) 페이스북에 “원전 수사의 본질은 정책 개입”이라며 “검찰의 수사권으로 국정을 좌우하겠다는 초헌법적 사고는 지금 당장 멈추라”고 쏘아붙였다.

여권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감찰부에 지시한 ′특활비 감찰′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새어 나온다. /뉴시스

◇ ’특활비 잔불‘ 어디로 번지나

여권의 반발은 존재감이 커진 윤 총장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란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의 검찰개혁 계획과는 달리 윤 총장은 사안마다 이들과 부딪히는 모습을 빚으면서 오히려 가장 강력한 반대 진영 인사로 성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다른 야권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받는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를 걸고넘어졌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도 패착이 됐다. 여권이 조바심을 느끼는 이유다. 앞서 여권은 검찰의 특활비와 관련해 ‘정치자금’, ‘중앙지검 배제’ 의혹 등을 키웠지만, 그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윤 총장의 입지만 더욱 굳힌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특활비 자체가 그야말로 수사나 정보를 위한 부분인 점에서 필요악과 비슷하다”라며 “추 장관의 특유의 말실수로 인해 사태가 번진 것이지 애초에 정쟁으로 끌고 갈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야권이 역공에 나선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주장이 허위라며 사용 내역을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추 장관의 국회에서의 주장은 허위로 확인됐다”라며 “이제 밝혀져야 하는 것은 대검이 서울중앙지검에 낸 특활비가 어떻게 쓰였느냐”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한 특위도 언급했다. 법무부를 넘어 청와대까지도 사정권 안으로 설정한 모양새다.
 
여권에서는 추 장관이 직접 검찰 감찰부에 지시한 특활비 감찰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결과에 따라 윤 총장의 사퇴를 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활비라도 부적절한 곳에 썼다면 이 또한 감찰을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은 추미애가 이긴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이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에도 별 효과가 없어 꺼내든 특활비도 결국은 자살골이 돼 윤 총장 기세만 올려주고 말았다”라며 “윤 총장의 지지도와 인기는 사실 민주당과 추미애 장관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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