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 총장이 일부 여론조사 결과 대선주자 1위로 나타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정치하려면 사퇴해서 당당하게 경쟁하라”고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 총장이 일부 여론조사 결과 대선주자 1위로 나타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정치하려면 사퇴해서 당당하게 경쟁하라”고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권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치인이 아닌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1위에 오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현상’ ‘윤석열 신드롬’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여당은 윤 총장의 ‘대선주자 1위’ 현상을 야당의 대선주자 기근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그를 1위로 끌어올렸다며 “정치하려면 사퇴해서 당당하게 경쟁하라”며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윤 총장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모두 눌렀다는 사실에는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다.

4선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운다고 가정하면 내년 7~8월이고 그때는 이미 각 당의 대선 레이스가 쭉 시작되고 있을 때”라며 “계속 1등을 달리지만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는 야권 후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야권에게는 굉장히 짐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1위로 여당에서는 내년 대선 구도에 피해는 없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우 의원은 “저는 그렇게 본다”고 자신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도 처음이지만 제1야당 대선후보가 아예 순위에 없다는 것도 처음이다”며 “윤 총장의 국민의힘 대선주자 블로킹 현상은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사실 미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야권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여권에 핍박 받는 이미지가 누적되면서 보수 진영 지지자들의 기대가 윤 총장에게 쏠린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민주당이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이 중도층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또 윤 총장은 주요 선거에서 여당이 우위를 보여왔던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민주당의 전략 지역인 PK(부산·울산·경남), 전통적 ‘스윙보터(부동층)’ 지역인 충청 등에서도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앞질렀다.

◇ 윤석열, ‘중도’와 ‘수도권·PK·충청’서 1위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낙연 대표는 22.2%로 2위, 이재명 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윤석열 22.9%, 이낙연 20.9%, 이재명 16.8% 인천‧경기 윤석열 26.4% 이낙연 19.5%, 이재명 24.3% PK 윤석열 30.4%, 이낙연 17.0%, 이재명 14.2% 충청권 윤석열 33.8%, 이낙연 16.6%, 이재명 13.5%로 집계됐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는 물론이고 중도층에서도 윤석열 총장(27.3%)이 이낙연 대표(19.1%)와 이재명 지사(11.8%)를 앞질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점에서 윤 총장의 이 같은 지지율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거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 부재 상황,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와 지지율 지속 여부를 떠나 민주당은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을 통해 나타난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현 정부로부터 마음이 떠난 사람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지를 많이 얻던 지역에서 표가 일부 이탈할 수 있는 조짐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민심의 경고로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민심의 흐름을 무겁게 봐야 한다”며 “강고해보였던 이낙연, 이재명 양자구도가 깨질 수도 있다는 민심의 결과라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기 대선을 낙관하지 말라는 국민적 경고”라며 “대선 출마도 안했고 야권 후보도 아닌 사람이 대선주자 1위로 나타난 것은 민심 저변에 문재인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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