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힘을 합치는 듯했으나, 당내 속사정이 불거지며 처리가 요원해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정치권이 복잡해졌다. 당초 연내 처리가 가능해 보일 만큼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으나, 각 당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 처리가 난망해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6월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를 발의했다. 2017년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모태로 삼았다. 

정의당 발의 이후 지난하던 법안은 국민의힘이 동조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의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정책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하루 뒤인 지난 11일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노동존중실천추진단이 같은 법안 발의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안 당론 채택에 대해) 그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정의당은 법안 처리와 관련 3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는 등 여야를 압박하고 나섰다. /뉴시스

◇ 법안 앞에 속 복잡한 여야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은 금새 식어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 이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결정할 것으로 전망됐던 중대재해법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이와 관련해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 확실한 취지는 존중돼야 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중 처벌적인 게 있으면 안 된다. 그런 부분에서 취지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법에 반영이 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이 통과될 경우 과도한 사업자 처벌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전날(12일) 이낙연 대표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일단 국민의힘은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자 형사처벌’과 같은 경우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여기에 ‘좌클릭 행보’에 대한 반발 기류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총의를 모은 것이 아닌 지도부의 의중이 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당내 이견이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개인플레이인가”라며 “강은미 원내대표를 직접 불러 간담회에서 발표하게 하면서 내부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다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어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은 거대 양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김 대표는 중대재해법 처리를 위한 3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법안의 연내 처리를 확실히 하자는 취지다. 이어 이날 민주당이 결정을 유보한 데 대해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론 채택을 두고 민주당이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는 법안에 집권여당이 좌고우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양당 대표께서도 이미 법 제정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을 밝힌 만큼 서둘러 3당 대표 회동을 통해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