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재편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신(新)적폐 청산’을 꺼내 들었다.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야권 재편의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신(新)적폐 청산’을 띄우며 재차 야권 재편의 문을 두드렸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제안하며 야권 재편에 불을 피우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안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금 야권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와 국민적 요구는 문재인 정권 신적폐 청산 운동이라고 단언한다”라며 “신적폐들을 일소하기 위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운동을 제도적, 정책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벌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안은 앞서 안 대표가 던진 ‘야권 혁신 플랫폼’의 연장선이다. 구체적으로는 야권 혁신 플랫폼과 더불어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역설한 셈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적폐 청산 운동을 혁신 플랫폼의 양축으로 하면 서로 시너지가 좋을 것”이라며 “그것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도 끝장 토론의 하나의 주제로써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그간 선거를 위한 ‘반문(反)연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왔다. 사실상 소수인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통합되는 그림을 원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2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참여한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에서 “지금처럼 정부‧여당이 지지율 40%를 상회할 때는 그들이 싫다고 해서 야권을 찍지 않는다”라며 “반문연대는 해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이날 ‘적폐 청산’을 꺼내 든 것도 결국은 새롭게 재편된 야권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자강론’으로 풀이된다. 그간 여권의 실축에 반사효과로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라며 이같은 제안을 일축했다. /뉴시스

◇ 조급한 안철수 vs 버티는 국민의힘

안 대표가 ‘야권 혁신 플랫폼’에 이어 ‘끝장토론’, ‘신(新)적폐 청산 운동’까지 꺼낸 것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 플랫폼에) 내부적으로 고민하시는 의원님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야권 혁신 플랫폼을 처음 꺼내 들었을 당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 대표와 함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일단은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 먼저 제안을 한 것”이라며 “바쁜 정기국회 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서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당 지도부에서부터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의 발언이) 어떤 의미에서 야권이라는 것을 얘기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며 “그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 큰 흐름 자체도 국민의힘 중심 재편에 목소리가 모인다. 사실상 안 대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모양새다.

전문가는 안 대표의 조급함이 야권 재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야권 공조는 1단계 투쟁 공조, 2단계 정책 공조, 3단계 합당 단계를 거쳐야 한다”라며 “(안 대표는) 합당을 이야기하다 투쟁 공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정확한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이 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황 평론가는 “차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각각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라면서도 “다만 주장을 통해 국민이 희망을 품게 해야 하는 데 한쪽은 너무 급하고, 한쪽은 너무 버티는 상황에서 보기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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