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좌)‧박주민(우) 의원이 각각 차기 대선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내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97세대’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좌)‧박주민(우) 의원이 각각 차기 대선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내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민주당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운동권 출신의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 기득권 세력화됐다는 비판과 함께 86그룹을 교체할 차세대 리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는 ‘86그룹’ 용퇴론이 거세게 불기도 했다. 그러나 이인영·우상호·송영길 의원 등 86그룹들은 대거 21대 국회에 재입성했다.

최근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재선 의원인 박용진(49)‧박주민(47) 민주당 의원이 각각 차기 대선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민주당 내에 세대교체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내 70년대생 현역 의원은 현재 23명이다. 그러나 지도부, 주요 국회 상임위원장, 장관직 등은 대부분 86그룹이 꿰차고 있다.

박용진 의원의 경우는 친문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분류돼 왔다. 박 의원은 정치 입문 자체를 민주당에서 하지 않았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에 함께 했고 2010년에는 진보신당의 부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합류한 이후 민주당 대변인과 홍보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주도하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내부 문건을 공개하는 등 개혁적 의정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왔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는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과 함께 ‘조금박해’로 불리우기도 했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관련 의혹 등과 관련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 ‘타깃’이 됐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 도전 가능성이 거론됐던 박용진 의원은 최근 대선 도전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 한 언론을 통해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광주MBC 라디오에서는 “재벌 대기업들은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져서 40대가 사장단을 차지했고 이들이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치가 제일 늦다. 정치권도 빨리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세대교체’ 화두를 부각시켰다.

◇ ‘시대 가치·미래 비전’ 제시, ‘세 형성’이 핵심 키

박용진 의원은 정치 입문 시기부터 지금까지 진보·개혁적 정치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도·통합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민주당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갖춘 통합적 정치인이고 싶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연세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워크숍’ 온라인 강의에서는 “정치는 미래를 향해야 한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조명하기도 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로 표창원‧김병관 전 의원 등과 함께 직접 영입한 ‘문재인 키즈’ 대표선수 중 한 명이다.

박 의원은 전임 지도부인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는 초선임에도 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 의원은 지난 8월에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17.85% 득표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 7월 평소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던 박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갑자기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당시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출마로 존재감을 알리고 당내 기반을 다진 뒤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 의원은 당시 ‘86세대 이후’를 고려해 ‘세대교체’를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흔든 한마디가 있었다”며 “민주당에서는 ‘586’ 빼면 다음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 누가 나가서 죽더라도 깃발 한 번 들고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왠지 비겁한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 경선 레이스 기간에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축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일에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어떤 결심을 하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고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용진·박주민 의원의 정치 행보가 ‘세대교체’ 바람으로 이어지려면 이들이 당 내에서 확실한 세를 얻어야 하고, 무엇보다 세대교체 동력이 될 수 있는 시대적 가치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단기적이고 소수에 그쳐서는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며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세를 형성하고 조직을 만들어 나가야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그에 따른 비전과 희망을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전파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어려운 환경임에도 40대에서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에게는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용진 의원의 경우처럼 친문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집중 공격을 가하는 행태가 세대교체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박용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지금까지 결이 다른 정치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세대교체’ 행보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파괴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박주민 의원은 친문 세력의 힘으로 세대교체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본인의 힘으로 세대교체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박주민 의원과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박용진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당에서 후보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친문 세력이 박 의원을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민심은 얻을 수 있지만 당심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세대교체 시도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주민 의원은 민심은 얻지 못하고 당심은 얻을 수 있지만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세대교체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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