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단속 스티커, 접착력 조절 가능… ‘강력접착’ 스티커 고의성 다분
스티커 부착, ‘응징’ 수단… 관리사무소·건물주도 타인 재산에 대한 응징 권한 없어
유리 손상 및 차량 정상 운행 불가 시 재물손괴 해당될 수도… 과태료 고지서도 종이

/ 뉴시스
아파트와 같은 사유지 내 외부인이 차량을 주차한 경우 또는 주차질서를 지키지 않은 챠량에 관리사무소 측이 불법주차 경고 스티커를 차량 앞 유리에 부착하는 행위로 인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파트단지나 주택가 등에서의 주차시비는 해묵은 숙제다. 아파트나 원룸단지 등에서는 거주자 외 외부인 차량이나 주차질서를 무시한 차량에 대해 종종 ‘불법주차 스티커’를 부착하는데 이를 두고 재물손괴로 봐야하는지, 경고 조치의 일환으로 봐야하는지 시각도 다양하다.

이에 대해서는 구청과 시청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측에서 개입도 어렵다. 도로변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지자체 등에 단속 권한이 있으나, 아파트단지와 원룸 주차장은 개인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주차 스티커’ 부착을 두고 해당 차량 운전자와 언쟁이나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 지난 2018년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차량에 불법주정차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차주인 50대 여성이 주차장 출입로를 자신의 승용차로 7시간 동안 막아선 일이 있었다. 이른바 ‘송도 캠리 사건’으로 불리는 당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끌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불법주차 스티커는 접착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법주정차 단속 스티커는 접착력 조절이 가능한데,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잘 떼어지며, 여름철 높은 기온에서는 접착력이 더 높아져 떼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커의 접착력 조절이 가능함에도 본드 수준의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는 불법주정차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입주민의 편의를 위한 경고 차원의 조치라고 하더라도 고의성이 다분하며, 보복성 응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18년 송도 아파트 불법주차 사건 직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백성문 변호사는 “재물손괴라면 보통 무엇인가를 파손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물건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만드는, 감정적으로 못 쓰게 만드는 것도 죄물손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변호사는 예시로 밥그릇에 용변을 보는 행위도 밥그릇을 용도에 맞게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라 손괴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함께 출연했던 노영희 변호사도 형법 책에 예시로 관련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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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등에서 외부인 차량에 부착하는 불법주차 경고장. 경고장에는 민법 제205조(점유의 보유)에 저촉된다고 설명하며 사유지 무단 점유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차량소유주에게 있다고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공권력을 가지지 않은 그 누구도 타인의 재산에 해를 가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스티커 형태가 아닌 A4용지 출력물 형태의 경고장으로, 불법주차에 대한 경고는 종이 안내문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제갈민 기자

또한 백 변호사는 이러한 강력접착 스티커를 붙이는, ‘응징’으로 보이는 행위는 그 누구도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고, 아파트나 원룸 단지 주차장과 같은 사유지를 무단 점거했다 할지라도 외부인 주차금지는 단순히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일 뿐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에 외부인 주차 금지는 구성원 간의 규정일 뿐, 이를 이용해 누군가를 응징하거나 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불법주차 스티커로 인해 자동차의 정상적인 주행에 불편이 발생한다면 이는 재물손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나오는 불법주정차 단속스티커는 접착력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공업사에서 화학약품을 이용해야 제거가 가능한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 경우에는 스티커 제거에 대한 비용 청구까지 가능하다. 단, 이는 우선 형사소송 재판에서 불법주차 경고 스티커를 붙인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내려진 후 민사소송을 별도로 진행해 청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변호사협회 측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차 시비와 관련해 민원 접수가 종종 발생하지만 경찰이나 지자체는 사유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가 불가능하다”며 “스티커를 차주가 제거를 하려하다 차량 유리에 흠집이 발생하거나 (발수)코팅이 벗겨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스티커 부착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재물손괴는 형법 제42장 손괴의 죄, 제366조에 해당한다. 형법 내용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최근에는 일명 ‘휠락’으로 불리는 자동차 바퀴에 체결하는 잠금장치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불법주정차 차량에 해당 장치를 체결한 경우 차량 운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행을 해 차량이 파손되면 이 역시 잠금장치를 체결한 측에서 배상을 해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접착력이 약한 잘 떼어지는 스티커나 종이 경고장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고는 종이 안내문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의 불법주정차 단속도 단속 일시 및 내용을 기재한 종이 과태료 고지서를 앞 유리 윈도우 와이퍼에 꽂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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