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통신사가 내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5G기지국 구축에 투자를 한다면 주파수 재할당 대가 금액을 3조2,000억원 규모로 축소해주겠다고 하지만, 통신사 측에선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며 일축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내년 3G, 4G(LTE) 등에 대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용을 업계 제시안의 두 배 이상이 되는 4조4,000억원으로 책정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공정한 금액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통신사들과의 갈등을 조율하고자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정부가 ‘5G 기지국의 투자를 강화한다면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감면해줄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자 통신사들은 ‘현실성 없는 목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과기정통부, “5G기지국 증설 목표치 달성하면 주파수 재할당 비용 감면”

이날 설명회에서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6월, 12월에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2G, 3G, 4G 등 주파수 총 320MHz폭 중 310MHz 대역을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하기 위한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공개했다. 통신사업자의 5G 투자 노력에 따라 주파수 전환 등을 통해 할당대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정책방안의 주요 골자다.

정책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사용기간 5년 기준으로 경매참조가격인 4조4,000억원(±α)에서 조정(기준)가격인 최소 3조2,000억원(±α) 사이로 책정했다. 여기서 3조2,000억원은 통신사 측에서 오는 2022년까지 5G무선 기지국 15만개 구축 목표를 달성할 시 지불할 수 있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최소 비용이다. 

통신사 측에서 15만개의 5G기지국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3만개 국 단위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2022년까지 통신사에서 건설한 5G기지국이 12만개 국 이상 15만개 국 미만일 경우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용은 약 3조4,000억원이 된다. 9만개 국 이상 12만개 국 미만일 경우엔 3조7,000억원, 6만개 국 이상 9만개 국 미만일 경우엔 3조9,000억원까지 재할당 대가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5G 도입에 따라 LTE 매출이 감소하고 네트워크 비용이 커짐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낮췄다”며 “5년 기준으로 봤을 때 27% 정도의 하락 요인을 반영해 3조2,000억원 정도로 조정규모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5G전환기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엔 단일 가격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5G투자에 따라 가치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재할당 대가를 달리하는 구조로 정책을 설계했다”며 정책 제안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공개한 5G투자에 따른 주파수 재할당 산정 비용 절감 옵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통신사들 ‘발끈’… “우사인볼트와 달리기해서 지면 벌금 내야 하는 꼴”

다만 과기정통부 측에서 제시한 최소 재할당 대가인 3조2,000억원은 통신사들에게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크다. 2022년까지 15만개의 5G기지국을 구축하기엔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박대출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 제출받은 ‘망구축 의무 및 이행실적’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구축완료된 3.5GHz 대역 5G기지국은 SK텔레콤이 3만7,207국, KT가 4만1,026국, LG유플러스가 4만3,532국에 불과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때부터 약 4개월이 지난 현재 전국에 건설한 5G기지국 개수는 5만~6만대로 추정된다. 때문에 6만개 국 이상 9만개 국 미만일 경우에 해당하는 재할당 대가인 3조9,000억원을 지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4월부터 5G를 상용화를 시작한지 1년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각 통신사들이 구축한 기지국 숫자가 약 4만개 국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까지 15만개 국을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목표라 볼 수 있다. 글로벌 ICT시장 경쟁에 뛰어들며 새로운 사업 발굴에 힘을 싣고 있는 통신 3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최소 금액으로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3조2,000억원도 통신사와 ICT분야 전문가들이 적정가로 제시헀던 1조6,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통신3사는 과기정통부가 이번에 공개한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5G기지국 15만개 투자 기준이 사실상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라는 것이다. 사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오용수 전파정책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실제로 통신 3사는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이번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정부가 재할당 대가 감면 수준으로 제시한 5G기지국 15만개 투자 기준은 통신사들 입장에선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LTE를 지난 8년 간 꾸준히 투자했을 때 구축 가능한 수준의 5G기지국을 구축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의 정책은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9.48초 만에 뛰라고 한 뒤, 늦으면 0.5초당 벌금을 내라는 것으로 들린다”고 덧붙였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도 “5G무선국 1개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2,000만원 정도인데, 앞으로 10만개 국을 더 구축하면 그 비용만 2조원”이라며 “5G 주파수 신규할당도 2년 정도 남았는데, 사업자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재할당 대가 산정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순용 KT정책협력담당 상무도 “통신 3사는 2018년에도 3.1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했을 때 망구축 의무를 받은 뒤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후에 추가적인 조건을 부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후 추가적인 의무 부과가 허용된다면 어느 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주파수 경매에 참여에 입찰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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