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참석해 '경제민주화를 향한 10년간의 여정'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참석해 '경제민주화를 향한 10년간의 여정'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 시기·방식을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외부 인사이자 시한부 대표인 김 위원장의 정통성과 진정성을 지적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나 차기 대선후보에게 맡겨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찬성 측은 국민의힘이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전 대통령 구속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하며, 현재 당 지휘봉을 잡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정통성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한 트집잡기라며 맞서고 있다.

당 과거 문제를 놓고 분란 조짐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 “정통성 없다” vs “사과 할수록 좋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비대위원장으로 올 당시부터 쭉 얘기해왔던 것”이라면서 “(사과) 방식과 시기는 내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대국민 사과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달에도 “과거를 명확히 청산해야 한다”며 연내 사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결행은 필연적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상고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가 연내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법조계 관측 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확정판결 전 대국민 사과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관위원선출(조병현, 조성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관위원선출(조병현, 조성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관건은 내부 조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사과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해) ‘상대들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마당에 이제와서 사과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오히려 상대방 낙인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있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 관련 대국민 사과를 외부인사인 김 위원장이 짊어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당 일각에서 불편한 심기가 표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과거 정부에 대한 사과로 리더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당 과거를 사과할 만큼 정통성을 가진 분이 아니다”라며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가 총의를 모아 해도 늦지 않고, 잘잘못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대선후보에게 일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장 의원은 “전형적인 김종인식 자기 정치”라며 “과거 국가폭력에 대한 사과를 통해 과거를 욕보이며 자신은 칭찬받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리더십 부재를 당을 갈라치며 과거 정부에 대한 사과로 돌파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몰가치적인 기술자 정치는 그만하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을 겨냥한 반론도 제기됐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의 책임을 지고 전직 대통령 잘못을 사과하는 건 ‘많은’ 분이 ‘자주’ 하면 좋은 것”이라며 “비대위원장도 당을 대표해 사과하고, 신임 당대표도 사과하고, 대선 후보도 사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는 사과하면 안 되고 누구는 사과해도 된다는 게 트집잡기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중도층 견인을 위한 정책적 유연성과 우리 당의 과거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 장 의원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도 가세했다. 김 당협위원장은 “국민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국민과 공감할 수 있다면 열번이고 백번이고 (사과)해야 한다”며 “누구도 무릎 꿇고 반성하지 않을 때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진정한 용기다. 정통성 시비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내부 이견이 맞서고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예고한 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꺼낸 대국민 사과 카드가 내부 갈등으로 희석되는 것은 김 위원장도 원치 않는 일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릴 분이었다면 지금까지 당을 이끌 수 없었을 것이다. 대국민 사과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지난 5·18 묘역 사과의 연장선 아니겠나. 진정성을 잘 설명하면 큰 문제 없이 총의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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