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했다. /뉴시스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각종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된 모습이다. 하지만 또 다시 ‘재벌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유지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전격 구속됐다. 무려 10년에 걸쳐 매달 500만원씩 뒷돈을 받아 챙기고, 이 과정에서 유흥주점 여종업원 아버지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았다.

이후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조현범 사장은 4월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일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의 형량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며 검찰과 조현범 사장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조현범 사장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을 넘어 사실상 최상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조현범 사장은 1심 재판과정에서부터 자신의 혐의를 일체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 실형을 피하거나 형량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한 것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 경영권 분쟁 등 악재 속 최악 상황 피해

이날 항소심 선고는 1심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조현범 사장을 둘러싼 상황이 1심 때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1심 선고가 내려진 이후인 지난 6월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얼마 뒤 돌연 부친 조양래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모두 넘겨받고 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오너일가 3세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형제경영’ 후계구도를 형성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양래 회장의 지분이 조현범 사장에게 넘어가면서 이 같은 구도가 완전히 깨지게 됐다. 

이에 오너일가 3세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부친의 평소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성년후견을 신청했고, 조현식 부회장도 여기에 참여하며 경영권 분쟁 양상이 불거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명 관련 논란과 국감 증인 출석 불응, 계열사 헐값매각 의혹 등이 이어지며 거듭해서 잡음에 휩싸여왔다.

이런 가운데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경우 조현범 사장의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었으나 항소심 역시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놓으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 재현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언급했듯 조현범 사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계열사 소액주주는 물론 시민단체의 탄원서 및 진정서가 재판부에 제출되기도 했다. 조현범 사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또 다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죄질이 좋지 않은데다 반성의 진정성이 의심되는데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로 면죄부를 안겨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조현범 사장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대내외적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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