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일 금태섭 전 의원을 때리고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를 언급한 금 전 의원을 향한 견제에 들어간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일제히 ‘금태섭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 시절부터 ‘쓴소리’를 자처하며 눈총을 받았던 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가 가시화되자 여권의 견제가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20일 민주당 인사들은 금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시작한 정치가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민주당을 탈당한 지 약 한 달여 만의 입장 표명이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출마설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이를 기점으로 여당은 금 전 의원을 향한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시절부터 엇박자 행보를 보여 온 데 대한 앙금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야권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국민의힘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도 불쾌한 시선이다. 사실상 민주당의 턱밑을 겨누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여권의 비판은 금 전 의원 ‘폄하’에 주력했다. 서울시장 후보에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전날(19일) 페이스북에 “서울 강서갑에서도 정치신인에게 경선 탈락한 사람이 갑자기 서울시장 자격이 생겼나”라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강선우 의원, 금태섭을 이겨줘서 고맙다”라며 이같은 분위기를 드러냈다.

금 전 의원의 가족 재산 논란도 무기로 삼았다. 금 전 의원의 94년‧99년생 두 아들의 재산이 각 16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금 전 의원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은 이를 걸고 넘어졌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게 바로 금수저 아빠 찬스”라며 “서울시장의 자격은 없지만 국민의힘 입당 자격은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때리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 금태섭 겨눈 견제구

민주당이 일제히 금 전 의원을 때리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로 인해 오히려 금 전 의원의 존재감이 부각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호하며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에 나서자 윤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했던 것이 전례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당내 의원들에게 직접 ‘윤석열 함구령’을 내렸던 것도 이 같은 역학관계를 우려해서다.

금 전 의원 역시 사실상 반문(反文) 진영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는 만큼, 민주당이 나설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반문(反文) 진영에서는 금 전 의원이 민주당을 때리고 나왔으니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민주당이 때리면 언론에 회자되는 상황에서 금 전 의원이 커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이같은 상황이 당의 치부를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 전 의원의 탈당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모습으로 한차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수록 민주당의 ‘제 살 깎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우려도 존재한다.

박 평론가는 “왜 민주당을 떠난 이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지 이것만큼은 내부 조직이 아닌 국민의 시선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해 배신자를 응징한다는 개념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발언을 자제하고 성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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