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이번 임원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뉴시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이번 임원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연말을 앞두고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주요 경영진은 물론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을 덮친 연이은 악재 속에 정기선 부사장의 ‘사장 대관식’은 올해도 열리지 않게 됐다. 

◇ 사장 승진 예상됐던 정기선, 다음을 기약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9일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크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4명의 부사장이 새로 나오고 111명의 상무보~전무 승진이 이뤄졌을 뿐,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등 주요 경영진 모두 제자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정기선 부사장 역시 승진 명단에 없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정기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보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지 3년이 지났고, 내년이면 40대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등 굵직한 역할을 3개나 겸하며 보폭을 넓혀왔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을 덮친 연이은 악재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잇단 사망사고와 협력업체 기술탈취 적발, 군사기밀 유출 사건 등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11월 말에 다다른 현재 올해 제시한 수주목표의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뒤숭숭한 시점에 사장으로 승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무거운 책임까지 짊어지는 게 꽤나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으론 현대중공업그룹과 정기선 부사장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제기된다. 오너경영인으로서 치적쌓기에만 집중할 뿐, 다소 불편하더라도 중요한 각종 현안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기선 부사장은 그동안 신규 수주나 신사업 추진 등의 사안과 관련해서는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노사갈등, 산재사고, 갑질 논란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없었다. 이러한 기조가 이번 인사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기선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언제 이뤄지게 될까. 재계 및 업계에서는 멀지 않은 시점에 무게가 실린다. 정기선 부사장의 경력 및 나이, 그리고 한동안 깊은 불황에 빠져있던 전 세계 조선업계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여 온 기조를 감안했을 때, 정기선 부사장을 위한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뒤 사장 승진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아울러 ‘정몽준의 복심’이라 불리는 이들이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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