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1차 관문, 25일 가처분 심문 진행… 늦어도 12월 1일 결론 예상
한진 “산은 3자배정 유증은 적법… 인수 무산 시 모든 책임은 KCGI”
KCGI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주주배정 유증도 가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 소문이 무성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두고 한진그룹과 KCGI 측의 갈등이 첨예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한진그룹과 독립계 사모펀드 KCGI 측의 여론전이 심화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법으로 선택한 ‘한진칼 제3자배정 신주발행’이 적법한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를 두고 양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입장문을 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5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1차 관문인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가처분 심문이 열린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5시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의 심문을 진행한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법으로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 이번 유상증자와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다음달 2일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증 대금을 납입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에 대한 판단은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18일 KCGI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자(산은)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KCGI는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한진칼 이사회의 위법행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 적시돼 있는 ‘경영상 목적 달성의 필요’를 바탕으로 한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상법 제418조에 따르면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또 자본시장법 제165조의6에도 동일한 내용이 적시돼 있으며, 한진칼 정관에도 ‘긴급한 자금조달’,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를 위해 주주 이외의 자에게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 제갈민 기자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 중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진빌딩. / 제갈민 기자

한진그룹은 한진칼 정관과 현행법에 따른 신주발행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KCGI 측의 행태에 “국가기간산업 존폐를 흔드는 무책임한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그룹은 KCGI에 대해 “자신들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투자자들의 돈으로 사적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일 뿐”이라며 “소수 투자자들의 사익추구가 목적인 사모펀드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존폐와 10만여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중요한 결정에 끼어들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코로나19로 회사가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을 때 아무런 희생이나 고통분담 노력도 없다가,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KCGI의 이번 가처분 신청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KCGI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직접 나선 점도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KCGI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딴지걸기’ ‘아전인수’격이라고 꼬집었다.

한진그룹은 법원이 이번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할 시에는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잠식률이 50.18%다. 별도재무제표 상으로는 자본잠식률이 57.54%까지 치솟는다. 결국 연말까지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사태로 치닫게 된다면 향후 면허 취소까지 사태가 악화될 수 있으며, 결국 대규모 실업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은 측이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수 절차가 이뤄지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분 유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산업은행이 통합절차의 건전한 견제와 감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이로 인해 항공산업에 불어 닥칠 피해와 일자리 문제 등 모든 책임은 KCGI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현재 한진그룹의 오너 중심 경영진 체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KCGI 등 3자연합 측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증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사진은 강성부 KCGI 대표 /뉴시스

그럼에도 KCGI 측은 가처분 인용 시에도 다양한 대안으로 항공업 재편이 가능하다면서 반박했다.

KCGI 측은 “대출과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KCGI 주주연합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증(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공업 재편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KCGI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번 한진칼 유증으로 인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10% 정도 확보한다면 향후 조 회장의 우군으로 나설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경영권 분쟁에서 KCGI 3자연합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산은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논란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양측의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한진칼 보통주 제3자배정 유증에 대해서도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이 이번 통합 과정이 성실히 진행되는지를 감시·견제하기 위해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를 보유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KCGI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발행은 의결권을 통한 통합 항공사의 경영관리와 조기정상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면 된다는 KCGI의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는 연말까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 방식으로는 연말까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며,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KCGI만의 구두 참여의사만으로는 추진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과 KCGI 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