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결정에 반발, 총공세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을 질책했고, 자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대검찰청을 찾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국민의힘은 ‘추 장관 국정조사’로 맞받아치면서 정치권이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 국민의힘, 윤석열 국조 맞서 추미애 국조 추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과 문 대통령의 침묵을 집중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선출된 권력이 자기 권력을 절제하지 못해 기본적인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했다”며 “나라 꼴이 우스워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역할이 과연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며 “검찰총장 해임 권한도 가진 대통령이 어찌 이런 사태를 낳게 했느냐”고 성토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추 장관의 권한 남용과 월권, 위헌성이 충분하다”며 “추 장관 국정조사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폭이 대낮에 무고한 사람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라며 “윤 총장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될 어떤 절박한 사정이 정권에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전날(24일) 기습적으로 가진 서울고검 브리핑에서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결정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발표 배경으로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과 관련한 감찰 방해 △총장 대변조사 협조의무 불응 △정치적 중립 손상 등을 제시했다.
야권에서 거세게 반발하자 여당은 추 장관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국정조사 추진 검토를 거론했다. 이 대표는 윤 총장을 향해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정해달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법무부 감찰에서 드러난 윤 총장 혐의가 심각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불법 사찰은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이자 중대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혐의가 사실이라면 단순 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소집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대상으로 긴급 현안질의에 나설 예정이었다. 윤 총장은 국회 출석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이 국회에서 (일정을) 알려오면 출석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상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이 개의를 요구할 경우 전체회의를 열어야 한다(국회법 52조3호)는 조항을 들며 회의 소집까지는 이끌어냈다.
그러나 민주당 반대로 전체회의는 곧바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개회 약 10여 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회의는 열지만 의사일정을 정하는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다”고 했다. 국회법 74조 2호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한 당일에는 회의를 다시 개의할 수 없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참담하다”며 “(여당이) 국회법상 개의 직후 산회하면 당일 다시 개의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악용해 야당 요구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 대검 찾아 진상파악
김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 6명은 내일(26일) 법사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진상파악에 나섰다.
김 의원은 “법무부는 장관 입을 통해 감찰 결과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반론권 보장도 없이 공개하고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했다”며 “대검 관계자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추 장관 발표 직후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혐의를 부인, 법적 공방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윤 총장은 자택에 머물며 추 장관 조치에 대안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원들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면담을 가진 이후 국회로 돌아와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대검 감찰부는 총장 감찰권한이 없음에도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감찰부로 하여금 총장 감찰 지시를 했고 그 결과 일명 판사 사찰이라는 비위를 확인했다고 한다. 즉 불법이라는 것”이라며 법무부의 대검 감찰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감찰부장에 직접 지시해 감찰이 이뤄진 불법 감찰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등 결정이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저해한 것으로 판단, 정부여당 압박 및 대국민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며 자기들이 앉혀놓은 사람을 자기들이 흔드는 모습이 가관”이라며 “정부와 민주당의 무리수를 국민에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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