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연기 사유 밝히지 않아… 갖은 추측 난무, ‘추가 검토’ or ‘정치적 변수’
대웅제약 “검토기간 연장, 예비결정 오류 심도있게 재검토 하기 위함” 추측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 공방의 최종 결정이 다음달로 또 연기됐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또 연기했다. 미 ITC 측에서는 연기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아 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ITC 최종판결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여기서 승소하는 쪽이 국내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법적 분쟁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이 우리 균주를 훔쳐가 현재의 나보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훔치지 않았고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영업비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 ITC는 양사의 분쟁 관련, 지난 19일(현지시각)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연 최종판결 일정이 12월 16일로 연기됐다. 11월 6일에서 19일로 연기된 후, 다시 12월로 최종판결이 두 차례 연기된 것이다. 연기 배경이나 사유에 대해선 확인된 바 없다. ITC 측에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단순 일정 연기라는 얘기가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ITC 예비결정이 있었던 7월 6일, 이 시기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만~7만여명 정도나 발생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예비판결을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일정 연기가 아닌 다른 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발생했거나, 또는 미국 내 정치적 변수에 따른 연기로 추측한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연기된 것이라면 미 ITC에서는 앞서 내린 예비결정과 다른 최종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 7월 내려진 예비결정에서는 ITC 행정판사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라며 나보타(미국 수출명: 주보)의 10년 수입 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당시 예비결정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고 메디톡스 측의 주장만을 근거로 해 추론으로 결정을 내린 명백한 오판”이라면서 이의절차를 밟아왔다. 대웅제약은 ITC 예비결정이 증거와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편향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중대한 오류를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ITC에 제출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사진)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서는 최초다. / 대웅제약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지난 2019년 2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최초로 미국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 대웅제약

이후 ITC는 9월 21일, 대웅제약과 미국 에볼루스사가 신청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지난 예비결정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예비결정 발표 이후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와 기관들 역시 ITC의 예비결정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대웅제약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전문가들 중 대표적인 인물 및 기관으로는 △미생물 유전체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바트 와이머 UC데이비스대학교 교수 △영업비밀 관련 소송 전문가 밀그림 교수 △국제경제정책 관련 유력 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 게리 허프바우어 △미국 반독점 연구소(AAI) 등이 있다.

미국 현지 업계에서는 ITC의 예비결정을 두고 쏟아지는 이러한 반박 의견들이 최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측에 유리하게 판이 돌아가는 모습이다. 대웅제약 측에서도 이번 최종결정 연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최종판결을 재차 연기하면서 검토기간을 연장한 만큼 예비결정의 오류를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 ITC에서 최종 승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C가 최종판결 시기를 한 달이나 연기한 만큼 이 기간 추가적인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외에도 최종판결 연기 사유로 거론되는 부분은 미국 대선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해 정권이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넘어간 것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TC위원회는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수정·인용 등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고, 다시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판결이 내려진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승인권 또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예정일은 내년 1월 20일이다. ITC가 12월 16일 최종 판결을 내놓는다면 최종 검토 권한은 바이든 당선인에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지난 19일 최종판결을 내렸다면 조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 직전인 내년 1월 18일쯤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확정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최종 확정 이후에도 패소한 측에서는 ITC의 결정에 대해 ITC의 감독기관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14일 내에는 위원회에 재심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판결을 결정한다면 패소한 쪽에서 ‘바이든 정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로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후 최종 결정을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짓는다면 이후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 한 ITC 최종판결이나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결국 최종적으로 공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넘김으로써 5년간의 분쟁을 끝맺음 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도 양사에 모두 도움되지 않는 소모전을 이번 ITC 최종판결을 끝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이번 ITC 최종판결에 수긍을 하고 모든 것을 종결지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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