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방한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6년 방한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안토니 블링컨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을 지명했다. 둘다 지근거리에서 바이든과 함께 외교 정책을 담당하던 인사들이며, 정치권의 예상대로 ‘바텀 업’ 방식의 대북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이다.

◇ 블링컨·설리번의 외교 기조는?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인수위 웹사이트에 오는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토니 블링컨을 지명했다. 블링컨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하며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일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 당시 이란핵합의(JCPOA)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대선 캠프에서는 외교정책을 총괄했고, ‘바이든의 또 다른 자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을 지명했다. 설리번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재임(2002~2008년)했을 당시 상원 외교위 총괄국장으로 그를 보좌했고, 2013~2014년에는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블링컨은 ‘톱다운’(하향) 방식의 대북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또 설리번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실무진에서부터 협의를 시작하는 ‘바텀 업’ 방식을 선택할 것은 자명하다.

블링컨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정당성만 부여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모델로 자신이 주도한 이란 핵 합의를 내세웠다. 

◇ ‘이란핵합의’ 모델, 북한에 적용 가능한가?

블링컨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국제적인 감시 하에 농축과 재처리 인프라를 동결하며, 핵탄두와 미사일 제거를 보장하면 일부 경제 제재 해제가 가능하도록 중간 합의에서 장점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핵합의는 2015년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5개국과 이란이 합의한 것으로, 핵 프로그램을 선제 폐기 후 국제 원자력 기구(IAEA)가 검증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다만 북핵 문제에 이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게 관건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개방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곧바로 핵을 포기할 경우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즉, 김 위원장은 내부에서의 동요를 우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를 제외하면 재래식 무기 발달 정도가 한국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을 설득해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 비용은 한국이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훨씬 적고 한국에게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며 “외화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핵개발에 계속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블링컨이 주장하는 기존의 이란핵합의 모델로는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은 오직 김정은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북한의 지도체제를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단순 실무회담에서 논의한 후 그 결과물을 통해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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