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가덕도 신공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독자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이 연일 독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여야가 대립하는 현안들에 대해 어느 한쪽에 휘말리지 않은 채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27일 정의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한번 정조준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6일 특별법까지 발의하면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데 대해 ‘표(票)퓰리즘’ 행보라고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첫 삽을 뜬다는 속도전을 구상하고 있는 셈인데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삽질한다는 말이 떠오를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신공항 특별법에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넣은 것을 두고선 맹비난을 펼쳤다. 대규모 토목 공사를 위해서는 경제성, 재원 조달 방법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속도’를 위해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과거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예타 면제’를 비판했던 것을 거울로 삼았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를 강력히 비난하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지 않겠다던 그 민주당과 여전히 같은 정당이 맞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미워하다가 닮아간다는 말이 딱 민주당을 두고 한 말 같다”고 비꼰 바 있다.

공수처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여야 모두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했고, 법 개정에 착수한 민주당에는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날, 정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김종철 대표가 취임하면서 선명한 진보정당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 5%대 박스권 지지율… ‘진보 정책’으로 돌파

김종철 대표 체제의 정의당은 출범 초기부터 ‘선명한 진보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 조국 사태부터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 따라붙은 ′민주당 2중대′ 꼬리표를 끊기 위해서다. 연일 당의 ‘위기’가 불거지자 당내 변화 요구도 높았다. 당의 존립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정의당은 이를 통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두 자릿수 지지율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2018년 정부·여당의 보수화를 겨냥해 쓴소리를 자처하면서 한때 9% 지지율을 유지했고, 최대 15%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고 이날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정의당의 지지율은 5%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5.6%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대표가 취임한 지난 10월 이후에도 5~6%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에서는 아직 시간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 한 당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5% 정도는 고정 지지층인데 지지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민주당 지지층이나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단순히 민주당과의 선 긋기만이 아니라 차별화된 정책을 지속해서 보여줘야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진보 의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낙태죄, 차별금지법 등 거대 양당이 사실상 손을 놓은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대재해법 통과를 위한 전국순회도 나선다. 아울러 3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보편지급 논쟁에서도 원내에서 유일하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의당은 창당했을 때 0%에서 시작했고, 지지율이라는 게 쌓아 올리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책 의제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호감과 지지를 얻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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