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산 넘어 산… 미·일·중·EU·동남아 등 한 곳이라도 불허 시 도루묵
EU,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 합병 불허 사례 존재… 걸림돌 되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 소문이 무성하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쉽지 않아 보인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산 넘어 산이다. 국내에서는 한진그룹이 지주사 한진칼의 대주주 KCGI 3자연합 측과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과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양사가 합병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의 경쟁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동남아시아 일부국가에서 심사가 행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국가에서 단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받는다면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국내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를 승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M&A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에 대해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합병이 경쟁제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인수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이다면 퇴출 되는 것보다는 인수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6단계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 폐해보다 큰 경우나 회생불가회사 요건 충족’에 해당된다면 예외인정으로 M&A 허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해외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해외국가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은 미국의 경우에는 M&A를 진행하는 두 회사의 미국 내 매출액(자산총액) 합이 1억9,800만달러(약 2,200억원) 이상이면서 피인수 회사의 미국 매출액이 9,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초과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EU는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50억유로(6조6,000억원)를 초과하면서 두 회사의 EU 매출액이 각각 2억5,000만유로(3,300억원)를 넘을 경우 합병심사를 받게 한다.

중국의 경우 두 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이 100억위안(1조6,800억원)을 초과하면서 중국 내 매출액이 각각 4억위안(67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심사를 받게 한다. 일본은 인수를 주도하는 회사가 일본 내 200억엔(2,100억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피인수 회사의 일본 매출도 50억엔(530억원)을 넘길 경우 사전독점금지법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올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3분기 매출을 여기에 대입할 시 대부분 충족한다. 때문에 미국·EU·중국·일본의 기업결합 심사는 필수요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중 EU는 독점 규제가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EU는 항공사 간 기업결합을 두 차례 불허한 전력이 있어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의 최대 고비로 꼽힌다.

EU는 2007년 라이언에어(Ryanair)와 에어링구스의 합병을 불허했다. 두 항공사는 아일랜드의 항공사다. 라이언에어는 총 50여개의 공항을 허브로 두고 있으며, 아일랜드와 유럽의 저비용 항공사를 통틀어 제일 규모가 크다.

이어 2011년에는 그리스 1·2위 항공사의 통합을 두고 합병 시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독과점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며 결합을 불허했다.

EU는 한 국가 내 항공사 간 M&A가 시장 독과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2건의 M&A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EU는 한 국가 내 항공사 간 M&A가 아닌 경우엔 다른 결정을 내렸다. 브리티시항공과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으로 탄생한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이 2015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간 한국 공정위가 승인한 M&A 가운데 해외에서 승인받지 못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EU가 그리스 때처럼 독과점을 문제 삼을 수는 있어 보인다. 이 경우 기업결합 심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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