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좌)의 윤석열 검찰총장(우)에 대한 징계 청구로 오는 2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좌)의 윤석열 검찰총장(우)에 대한 징계 청구로 오는 2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권 물밑에서 퇴로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달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을 비롯해 6가지 혐의를 들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1일 윤 총장이 직무 배제 명령에 반발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징계위에서 해임을 의결할 경우, 이날 법원에서 인용된 집행정지 사건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서 배제된다.

징계위는 심의를 진행한 후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게 된다. 징계 방식은 해임과 면직·정직·감봉·견책이 있다. 징계위가 감봉 이상의 징계를 의결할 경우, 추 장관이 제청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징계가 최종 결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추 장관의 뜻에 따라 윤 총장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추미애-윤석열 동반 퇴진론

그러나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수사’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중용했던 윤 총장을 스스로 해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에서는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총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윤 총장이 해임 이후에도 해임의 적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일 경우 여권과 윤 총장은 더욱 격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바라보는 민심 흐름도 좋지 않은 상태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9%포인트) 결과,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2.2%인 반면 ‘적절하다’는 답은 36.5%에 그쳤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권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징계위 결정 이전에 이번 사태를 최대한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출구 전략으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퇴진론이 거론되고 있다. 동반 사퇴 형식이 아니더라도 윤 총장이 먼저 자진 사퇴하고 추 장관이 나중에 사퇴하는 순차 퇴진 방안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최근 지인들과 만나 ‘추미애-윤석열 동반 사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의 동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와 추 장관이 1일 오전 국무회의를 앞두고 10여분간 독대하면서 ‘동반 사퇴’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언론을 통해 “국무회의 전 총리께도 현 상황을 보고드렸다”며 “대통령 보고 때와 총리 면담 시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국민들께 2중 3중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둘 다 동반 퇴진시켜야 한다. 거듭 대통령의 빠른 조치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는 추 장관 ‘동반 사퇴론’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1일 KBS 라디오에서 “윤 총장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못해 온 것(검찰개혁)을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사법체계가 정착될 수 있으려면 지금 결단해야 할 때”라며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추 장관에 대해서는 “그런 일(검찰개혁)을 추 장관이 어려운 가운데서 끌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석열 총장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추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다”며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4선 중진인 안규백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동반 사퇴보다는 먼저 윤 총장 문제를 풀고 정리한 다음 (추 장관 거취 문제는)검찰 개혁과 여러 가지 문제를 푼 다음 순차적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 장관 거취 문제를 연계하더라도 윤 총장이 자진 사퇴를 결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결국 징계위 절차를 통해 윤 총장 해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설훈 의원은 “윤 총장이 자진 사퇴는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현재로는 그것(징계위의 중징계 결정 후 문재인 대통령 재가)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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