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연봉 총액 1위 자리를 지킨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7위에 그쳤다. /뉴시스
3년 연속 연봉 총액 1위 자리를 지킨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7위에 그쳤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성공을 거두기 위해 투자는 필수다. 냉철한 프로의 세계에선 더욱 그렇다. 막강한 선수단을 구축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다.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거나 지켜내고,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다. 올해 선수 연봉 총액으로 90억1,600만원을 쏟아 부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한 90억원대 연봉 총액이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올해 최종 성적은 7위에 그쳤다. 선수 연봉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고도 중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낙제점이라 할 수 있다. 헛돈을 쓴 셈이다.

올 시즌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씁쓸하다. 올 시즌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는 연봉 총액이 79억5,900만원이었다. NC 다이노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묘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구단이기도 하다. 또한 올 시즌 연봉 총액이 가장 적었던 KT 위즈는 연봉으로 52억2,100만원만 지출하고도 정규리그 2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남겼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것이 비단 올 시즌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8년부터 3년 연속 연봉 총액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이 기간 성적은 7위-10위-7위다.

물론 여기엔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연봉자인 이대호의 존재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대호는 올해도 25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팀 연봉 총액 1위로 올라선 2018년, 롯데 자이언츠는 민병헌을 영입함과 동시에 손아섭을 붙잡으며 FA시장에서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민병헌은 4년 총액 80억원, 손아섭은 4년 총액 98억원에 달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도 안치홍을 영입하고 전준우를 잔류시키며 FA시장에 적극 나섰다. 안치홍은 2+2년 총액 56억원(2년 기준 26억원), 전준우는 4년 총액 34억원의 계약이었다. 

이 같은 투자는 당연히 당장 우승을 노리는 ‘윈 나우’ 전략이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는 어느덧 3년째 작은 성과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핵심선수들은 은퇴시기가 가까워지거나 FA계약기간이 끝나가는 모습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러한 모습은 얼마나 많이 투자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잘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년이면 4년 총액 178억원을 쏟아 부었던 민병헌·손아섭의 계약이 끝난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는 이대호도 당장 FA권리를 취득했다. 최근 3년간 실패를 거듭해온 롯데 자이언츠에게 다음 시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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