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이은주·배진교 의원은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청회에 앞서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진행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연일 진보 의제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정의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차별금지법, 전 국민 재난지원금까지 사안마다 강경한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좀처럼 틈을 만들지 못하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중대재해기업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 앞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배진교‧이은주 의원 등은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 이견이 엇갈리며 이번 정기국회 동안 중대재해법 처리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공청회를 기점으로 논의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사실상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것에 그치면서 별다른 반전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중대재해법을 두고 입장차는 여전했다. 법안 자체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 못지않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팽배했다. 사업주 처벌 등으로 오히려 중소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이유다. 

비단 중대재해법 뿐만이 아니다. 정의당은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총 21조원의 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야의 ‘선별지원’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전날(1일) 3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예산안에 합의했다. 당장 정의당은 “양당의 주고받기식 짬짜미 예산안”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또 다른 입법 과제인 차별금지법과 낙태죄 폐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정치권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이 연일 거대 양당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논의조차 쉽사리 진척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연일 진보 의제에 힘을 싣고 있지만, 여야의 틈바구니 속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여론전을 바탕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 ‘여론전’으로 돌파구 찾을까

정의당은 진보 의제를 앞세워 대중정당으로서의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 정치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모든 입법 과제와 관련해 여야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점은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여야가 원치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들도 제한된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사안마다 대책을 마련할 때면 ‘쉽지 않다’는 군소리가 흘러 나온다. 소수정당으로서의 비애가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제안하는 의제가 과감한 탓에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다분하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미묘한 입장차도 이를 방증한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비슷한 결을 가진 민주당 조차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정의당은 ‘여론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 의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를 동력으로 거대 양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해 4개국 주한대사와 연속대담, 기독교계 릴레이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이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전국 순회를 하며 중대재해법 처리 촉구 연대를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차별금지법 등 법안 추진을 위한) 여론을 환기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정치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설득할 일은 설득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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