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야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야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추미애-윤석열 사태’로 정국이 극한 혼돈 상황에 빠졌다. 그동안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로 극에 달한 상황이다.

‘추미애-윤석열 사태’는 정국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끝이다’라는 분위기 속에 윤 총장을 향해 연일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라고 주장하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오는 4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징계위가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의결할 경우, 추 장관이 제청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징계가 최종 결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징계위가 추 장관의 뜻에 따라 윤 총장 해임을 의결하고 추 장관은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수사’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중용했던 윤 총장을 스스로 해임하게 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이 해임의 적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일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도 출구 전략으로 징계위 개최 전에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추미애-윤석열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타개책은 없을까. <시사위크>는 2일 전문가들로부터 해법을 들어봤다.

◇ ‘여권 숨고르기 필요’ 진단

전문가그룹에서는 여권이 ‘강공 드라이브’를 멈추고 차분하게 징계위 전에 절충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과 윤 총장을 불러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일사천리로 징계위 절차를 진행해서 윤 총장을 해임해도 여권은 많은 법적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징계위가 경징계를 의결해도 윤 총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윤 총장을 해임해도, 하지 않아도 문제”라며 “지금 탈출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청와대와 여당, 추 장관이 지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정권이 결국은 갈 데까지 가다가 나중에 눈덩이처럼 부담을 감수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지금 많은 역풍에도 불구하고 ‘돌격 앞으로’를 할 경우 더 큰 저항과 반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권이 지금 물러나 멈춰서서, 냉철하게 좀 더 시간을 갖고 방법을 짜면 뭔가 협상의 묘수가 나올 수가 있다”며 “세게 강공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이 시점에서는 호흡을 고르면서 절충적인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징계위 절차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과 윤 총장을 한자리에 불러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징계위 절차를 통해 윤 총장을 해임한다고 해도 윤 총장이 불복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를 한 자리에 불러놓고 서로 협력해서 검찰개혁하고 서로 존중하라고 다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두 사람이 그렇게 못한다고 할 경우에는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데 그만 직에서 물러나라고 해야 한다”며 “그렇게 두 사람을 정리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 ‘징계위 절차 거쳐 윤석열‧추미애 동시 퇴장’ 해법도

현 시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위 절차를 통해 윤 총장을 해임시키고 추 장관도 곧바로 사퇴시키는 방법 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우선적으로 징계위 절차를 밟아 윤 총장이 먼저 나가야 한다. 추 장관을 먼저 사퇴시키면 검찰개혁 문제나 검찰총장과의 관계 문제에서 실패를 자인하게 되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해임된 직후에 추 장관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배 소장은 “징계위가 열리기 전에 두 사람을 동반 사퇴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징계위를 거쳐야 문재인 대통령이 명분이 서는 것이다. 또 징계위 이후에 해임되면 윤 총장은 야권의 지지와 검찰의 신망‧후원이 남고 추 장관도 지지층의 결집과 응원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 소장은 “윤 총장이 해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통령 인사권 아래 놓여 있는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며 ”윤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통해서 밀려나는 형태가 된다면 차기 대권행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끝까지 갈 수밖에… 레임덕 초래” 전망도

이와 함께 전문가 그룹에서는 윤 총장이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청와대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의표명 이틀만에 후임 인선을 단행한 것 등으로 봤을 때 징계위 절차를 통해 여권과 윤 총장이 서로 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그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초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고 법무부 감찰위가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수사 의뢰 처분은 부적절하다고 만장일치로 결론내고, 고기영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을 때 여권은 그걸 받아들이고 숨 고르기를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바로 차관까지 내정하고 징계 절차까지 밟으면 길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윤석열 총장도 어제(1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발언하는 것을 보니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권은)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을 해임할 경우에 대해 “여권이 뒤로 돌아갈 경우 지지자들이 이탈할 것 같으니까 계속 가는 것이지만 계속 가면 중도층들이 상당히 이탈하지 않겠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징계위 절차를 밟는 방법 밖에 없다. 윤 총장도 지금 그만둘 수도 없다”며 “결국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문제를 이렇게 키우기 전에 청와대가 정리했어야 한다”며 “문제가 너무 커져버려서 여권 입장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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