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윤 총장 징계위는 오는 10일로 미뤄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오는 4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를 10일로 재연기했다. 윤 총장은 절차 위반을 이유로 들어 징계위를 8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물며 윤 총장 사태와 관련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 개최에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 윤 총장의 징계에 대한 후폭풍을 예상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전날 인선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청구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한 것도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지시는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한 것은 윤 총장이 직무정지를 당한 지 9일 만이다. 전날 이 차관 임명을 두고 ‘해임 시나리오’, ‘징계 수위 정해둔 윤 총장 제거 작전’ 등의 보도가 나오자, 내내 침묵을 지키던 문 대통령이 이런 전망을 일축하기 위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를 하고, 청와대에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제거 시나리오’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지난 2일 이 차관이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 사의 표명 이틀 만에 바로 내정되면서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윤 총장 찍어내기’ 프레임을 더욱 강화시켰다. 

◇ 윤석열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

하지만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징계위가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는데 차분히 지켜봐달라”며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징계위가 진행되는 동안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차관은 이전에 차관으로 거명됐었고, 그 당시 이미 검증 작업이 끝난 상황이라 임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이 차관을 임명한 것은 징계위가 예정돼 있는데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두면 절차적 정당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다. 

특히 같은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윤 총장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졌고, 추 장관 및 여권에서 너무 밀어붙인다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도 이번 사태가 ‘청와대의 윤 총장 찍어내기’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난감한 기색이다.

또한 청와대는 윤 총장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사징계법이 개정되는 내년 1월로 윤 총장 징계를 연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청와대 내부 및 여권에서는 현행 규정대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서 징계위를 마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징계위를 마치면 윤 총장 사태가 일단락되므로, 문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해 분위기를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징계를 통해 윤 총장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을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징계에 불복,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사태가 장기화돼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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