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이 김상범 회장 개인회사를 중심으로 한 내부거래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그룹이 김상범 회장 개인회사를 중심으로 한 내부거래를 올해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그룹 이수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올해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기업 감시 강화 천명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이 같은 내부거래는 고스란히 김상범 회장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 이수엑사켐, 올해도 이수화학과 내부거래

이수그룹의 내부거래 중심엔 이수엑사켐이 있다. 김상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비상장계열사다.

내부거래 구조는 아주 전형적이고 단순하다. 이수엑사켐은 ‘석유화학제품 및 정밀화학제품과 그 부산물의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별도의 생산 또는 제조·가공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판매하는 제품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수화학의 영업부서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소위 통행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수엑사켐이 지난해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거래규모는 1,079억원이었다. 이는 이수엑사켐의 전체 매출원가에서 50.6%를 차지하는 수치다. 앞서 60%대였던 비중이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작지 않은 규모다.

이 같은 내부거래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이수엑사켐이 이수화학으로부터 매입한 거래규모는 724억6,8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감소한 수치지만,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이수화학의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6%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실적 하락세와 맞물려 내부거래 규모도 줄어든 것이다.

이는 이수화학에 대한 이수엑사켐의 의존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앞서도 이수엑사켐의 매출액 및 내부거래 규모는 이수화학의 매출액과 궤를 같이 해왔다. 

이수엑사켐이 이렇게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이익은 궁극적으로 김상범 회장에게 향한다. 김상범 회장은 2010년대 들어서만 이수엑사켐을 통해 6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또한 이수엑사켐은 옥상옥 형태의 그룹 지배구조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수화학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비상장 지주회사 이수의 지분구조는 이수엑사켐 73.4%, 김상범 회장 26.6%로 이뤄져있다. 

이수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관계당국의 압박에도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수그룹은 지난해 이수화학 등의 계열사가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내부거래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되자 중견그룹에 대한 감시 강화를 천명한 상태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중견그룹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이수엑사켐의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일부 개선된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해 50%대로 낮아진 이수화학과의 거래규모 비중이 절반 아래로 내려간다면 이수그룹의 개선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수화학과 이수엑사켐의 올해 최종 경영지표가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