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통규제 법안들이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통규제 법안들이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통규제 강화방안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G5 국가의 유통규제 현황을 분석해 “유통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유통규제 강화 논의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미‧일 실질적인 규제 없어… “소비자 후생에 도움”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실질적으로 출점규제와 영업규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소매점포에 대한 직접적인 유통규제가 없으며, 이로 인해 월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해져 유통업체간 경쟁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이는 가격인하 효과 및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본은 74년 이후 ‘대규모점포법’을 시행하면서 지자체가 대규모점포의 출점여부를 허가했고, 영업시간과 휴업 일수도 규제했다. 그러나 미국이 WTO에 대규모점포법을 비관세장벽으로 제소하면서 유통규제 완화 방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결국 대규모점포법을 폐지하고 ‘대규모점포입지법’을 시행하면서 유통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했다. 현재 대규모점포입지법은 대규모점포의 출점을 신고제로 운영하며, 특별한 진입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영업시간도 규제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유통규제 강국인 프랑스는 1,000 이상 규모의 소매점포의 출점을 지역상업시설위원회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 기준이 300이상 점포였으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경제민주화법’은 허가 기준을 1,000 이상 점포로 규정하면서 유통규제를 완화했다.

영업규제도 마찬가지로 완화 추세다. 프랑스는 종교활동 보장과 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소규모 점포를 포함한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영업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동법을 통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영업을 규제하고, 일요일 영업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1년 중 일요일 영업 가능 일수를 기존 5일에서 12일로 확대하고, 국제관광지구 및 핵심 역 내부 모든 상점은 일요일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 한국, 규제 강화 법안 쏟아져…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변화 필요”

영국은 도심 내 출점규제가 없다. 오히려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심 외 지역에 2,500 이상 규모의 점포를 설립할 경우 도심 내 지역에 설립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된다. 또한 도심 외에 짓는 경우에도 도심 경계에 최대한 인접해 짓거나 도심에서 접근이 유리한 교통요지에 짓도록 하고 있다. 전경련은 “영업규제도 우리와는 상이하다”며 “대기업만이 아닌 소규모 점포를 포함한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요일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이는 종교활동 보장 등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지자체별로 일정규모 이상 점포를 대상으로 출점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출점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사전에 출점 여부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한다. 베를린, 헤센주 등 주요 지자체들은 주변상권 영향 분석을 통해 주변상권 매출이 10% 미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면 출점을 허용하고 있다. 지역상생협력계획서를 통해 주변상가와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출점규제와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통시장보존구역을 전통시장 반경 20km 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월 2회 의무 휴업, 심야영업 금지 등을 적용하는 영업규제 대상도 현행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을 추가해서 확대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유통규제를 완화하는 글로벌 추세와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유통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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