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여부를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방침에 당내 일각에서 공개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전직 대통령 사과 문제로 국민의힘이 찬반 양론으로 갈려 때 아닌 내홍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5월 닻을 띄운 김종인 비대위가 임기를 약 4개월 앞두고 최대 고비에 직면한 셈이다.

◇ 김종인 “반대 목소리 구애받지 않을 것”

김 위원장은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비대위원장인데 사과 결정도 못하면 더는 직(職)을 맡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대국민 사과 관련 당내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사과 시점에 대해서도 “내 판단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은 전날(6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청년국민의힘 창당대회를 마치고 “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예고한 사항”이라며 “시기상으로 볼 때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전직 대통령 사과는 사법절차가 완료된 이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는 마무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을 최종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수감 중이나, 지난 7월 10일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심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와 관련해 징역 15년,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 사법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연내 사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대국민 사과 시점은 9일 전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월 9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4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명백한 월권” vs  “건너야 할 강”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 강행 방침에 대해 거센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 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며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 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민주당의 20대 총선 승리와 나아가 문 정권 창출에 기여한 것을 겨냥한 지적이다.

3선 중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私黨)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장 의원은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과거 사과가 취임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국민 사과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과 시점도 지적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당 대표가 시의성과 관계없는 전직 대통령 사과 이슈에 붙을 붙여 굳이 내부 분열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자칫 당원 오해를 살 수 있는 사안”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사과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공수처 등 중요한 문제가 많은데 왜 (사과를) 굳이 지금 해야 하는지, (김 위원장이) 조바심을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사과 이야기가 언론에 도배되고 당이 찬반으로 갈려 논쟁하고 있다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찬성론자는 국민의힘의 비호감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사과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잘못에 대한 공식적, 공개적 사과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라며 “탄핵 의결일 즈음 전직 대통령 잘못을 공개사과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 거듭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이 명백한데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누가 국민의힘이 반성하고 변화했다고 인정하겠나”라며 “공개사과 거부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태극기 강경세력 눈치를 보거나 김종인 체제를 흔들기 위해 우파 의리를 앞세우는 말장난”이라고도 지적했다.

김철근 국민의힘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계획은 시의적절하다”며 “대국민 사과 문제로 비대위를 흔들지 말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를 낮춰야 우리 메시지가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가”라며 “그저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정치활동을 하는 데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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