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거대 여당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법 독주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여당의 법안 처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앞에서 국민의힘이 무기력해졌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겠다는 각오를 내비치며 ‘결사 항전’을 강조했지만, 어떠한 방법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답답함만 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8일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시작으로 상법 개정안, 5·18 왜곡 처벌법 등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상임위 곳곳에선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미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예고됐던 만큼,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취했다. 전날(7일)부터 철야 농성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장 앞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항의 농성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법안 처리 지연 작전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이마저도 무용했다. 안건조정위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신설됐다. 소수당이 상임위 다수결 처리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재적 위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구성할 수 있다.

여야 각각 3명으로 조정위원이 구성되지만, 이날 공수처법이 처리된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야당 몫 위원으로 선임되며 결과적으론 4대 2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권으로서 손쉽게 공수처법을 처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법이 통과된 뒤 의원총회에서 “오늘 정무위, 환노위, 국방위 곳곳에서 이런 무도한 일을 되풀이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당하고 저자들은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말대꾸조차 할 수 없는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일(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

◇ ‘묘수’ 없는 국민의힘

공수처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민주당이 입법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야당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의석수에서 밀리는 상황인데다 이것을 반전시킬 묘수도 없어 보인다. 이렇다 보니 앞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던 ′부동산 3법′ 국면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내일(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당장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대비해 오는 10일 임시회를 소집했다. 절차상 회기가 끝날 경우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는 것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범여권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 할 수도 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명이 종결을 동의하면 끝이 난다.

장외투쟁도 거론되고 있지만, 코로나19 등의 여건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것 외에는 답변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기댈 곳은 여론전 밖에 남지 않은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180석 가지고 대통령의 돌격 명령으로 밀어붙이면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다”며 “우리는 이 법이 왜 악법이고 민주당이 어떻게 폭정을 하고 있고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최대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금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권력을 농단하고 있는지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며 “과거 정부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을 넘어 전 헌법 기관에 걸쳐서 일상적으로 국정농단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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