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그리고 약 1년 3개월 뒤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이 부상하고, 어떤 사람이 사라져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대선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들의 대선후보 경쟁력을 비교해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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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주자 SWOT 분석.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60.77%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9 전당대회에서 얻은 득표율이다. 58.38%는 이 대표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종로지역구민에게 얻어낸 득표율이다. 앞서 언급한 득표율이 보여줬듯 이 대표는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이고,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당 대표직을 수행하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졌고,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1~2위를 꾸준히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외부 요소인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등을 ‘SWOT’ 분석을 통해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살펴보았다.

◇ 안정감인가 보수성인가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강점(S)으로 안정감, 중도 흡수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꼽는다. 국무총리를 역임한 경력과 총리 재임 당시 보여준 리더십으로 인해 중도층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특히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당시 총리가 야당에 반발하는 모습 대신, 깊은 내공에서 비롯된 언변을 보여준 것이 중도층에게 안정감으로 다가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안정감은 중도층의 흡수 가능성도 동반한다. 즉, 호남 출신 대권주자임에도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이며,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점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와 본인의 지지율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지율이 70%대까지 올랐던 총선 직후 이 대표의 지지율도 치솟았다. 또한 이같은 요인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후계자’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친문 성향 당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낙연 브랜드’의 부재, 정중동(靜中動) 이미지, 호남 출신, 보수성이라는 약점(W)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를 입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성과를 거둔다 해도 이는 결국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입법 과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 이낙연’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중동(靜中動)은 말 그대로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정치인에게 대입하자면 고요함 속에서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총리 시절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미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비판을 받을 만한 이슈는 미뤄두고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약점으로 거론된다. 본선에서 영남 대 호남 후보의 대결이 될 경우, ‘지역 표 대결’에서 중도 확장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출신 대통령 3명 중 2명(노무현·문재인)은 영남 출신이다.

보수성 또한 이 대표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성향을 두고 ‘진보적 실용주의’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중도 보수’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보수성은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강점이지만, 민주당 내 진보 블록을 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회로 복귀하면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지 않는 모습도 그의 보수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를 일컬어 ‘헤징(hedging·위험을 피한다는 경제용어)형 정치인’이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범계 의원과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의 막말 논란에 경고하고 나섰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회 요소는 현재 집권 여당의 당대표라는 점, 그리고 앞으로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4월 보궐선거는 이 대표에게 위협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뉴시스

◇ 기회와 위협 모두 동반

이 대표가 집권 여당 현직 당대표라는 점은 다른 대권주자들과 비교해 가장 큰 기회(O) 요소라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174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갖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입법 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이 대표가 이를 활용해 자신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그 또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표로서 민주당 지지층과 접촉하고 전면에 나서 메시지를 발신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아직 3개월의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 대표의 또 다른 기회 요소는 내년 4월 열리는 보궐선거다. 민주당은 당초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으로 인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해야 한다고 지적 받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을 했고,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즉, 이 대표가 보궐선거를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고 조기 퇴진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서울시장에서 이길 경우 이 대표의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부산시장까지 이길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올라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면 내년 4월 보궐선거는 이 대표에게 위협(T) 요소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직접 보궐선거를 지휘하지 않더라도 서울·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에게 빼앗길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은 물론 대권가도와 정권 재창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위협 요소는 내년 3월 당대표 퇴임 후 대선까지 1년간의 공백기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 때문에 내년 3월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 경우 유력한 대권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평의원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된다. 여당 관계자는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결국 그동안 본인의 견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던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옵티머스 의혹은 최근 새로 추가된 이 대표의 위협 요소이다. 지난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모 대표실 부실장이 옵티머스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부실장은 이 대표가 전남 지역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보좌했던 최측근이다.

이에 야당은 고인이 이 대표의 오랜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옵티머스 의혹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여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에 공세를 가하던 이 대표와 이 사건을 (검찰이) 연관시키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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