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대응 발언을 콕 찝어 비난 담화를 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을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9일 발표한 8일자 담화에서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며 “속심(속마음)이 빤히 들여다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대응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지난 6월 17일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이 강 장관의 발언에 외무상이나 외무성이 아닌 사실상 2인자인 김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격에 맞춰 담화를 내기 때문이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리해 강 장관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고두고 기억’, ‘정확히 계산’ 등의 언급도 김 위원장의 심경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김 부부장의 담화가 장문이 아니라 네 문장뿐이었고, 사용한 어휘도 예전 보다는 덜 거칠었다는 점, 그리고 북한 주민이 보는 내부용 매체에는 실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비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공식일정이 시작하는 시점에 담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미 정권교체기를 맞아 한미 모두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 장관은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석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질병을 통제하는 데 강도 높게 집중하고 있다며 “좀 이상한 상황(a bit of an odd situation)”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 도전(코로나19)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더 폐쇄적이 되고, 코로나19 대응에 관해선 거의 토론이 없는 하향식(톱다운) 결정 과정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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