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에 나선 가운데,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에 나선 가운데,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 간 갈등, 사명을 둘러싼 법적분쟁 등으로 뒤숭숭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이 계열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빼앗고, 최대주주에게 부를 몰아주는 횡포라는 지적이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이 합병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상당한 갈등과 진통,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자진 상폐 어려워지자 흡수합병… 소액주주 ‘반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흡수합병 추진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합병 이후 존속회사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며, 합병비율은 1:3.392, 합병기일은 내년 4월 1일로 제시됐다.

이 같은 발표에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의 단체에서도 반대 및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이미 이전부터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있던 기업이다. 2016년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 것이 원인이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에게 부를 몰아주기 위한 자진 상장폐지이고 공개매수 가격도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했다. 결국 자진 상장폐지는 요건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고, 이후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배당 등을 두고 극심한 갈등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자진 상장폐지가 아닌 흡수합병 카드가 등장했다. 여기엔 나름의 배경이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자진 상장폐지 요건 산정에 있어 자사주를 제외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현재 지분구조상 자진 상장폐지 추진이 어렵게 됐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서 ‘공정거래3법’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이 자진 상장폐지에 이어 흡수합병에 대해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위 ‘자사주 마법’에 있다.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상장회사는 말할 것도 없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배분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사용한다. 반면, 벌어들인 이익이 오로지 최대주주를 위해서만 사용된다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최대주주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다. 다만, 보유 지분은 31.13%다. 그런데 한국아트라스비엑스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무려 58.43%까지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했다면 모든 주주들의 이익이 증진됐겠지만,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목적은 자진 상장폐지였다.

만약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자기자금으로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지분을 모두 사들여 상장폐지를 추진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의 소유권을 사실상 특정 최대주주에게 넘겨주는 일에 해당 기업의 자금과 가치가 중요하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등은 이번 흡수합병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에게 부를 몰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시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등은 이번 흡수합병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에게 부를 몰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시스

◇ 소액주주 몫 빼앗아 최대주주에게 안겨주는 꼴

이 같은 문제는 흡수합병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모든 주주에게 귀속되는 자사주를 제외한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실질적 지분구조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약 75%, 소액주주가 약 25%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계산해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3,750억원, 소액주주가 1,250억원의 가치를 나눠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흡수합병 방식에 따르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에 대해서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신주가 발행된다. 이에 따라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자사주는 사실상 합병 이후에 소각된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주가치 상승효과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기존 주주들과 함께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는 오너 3세 조현범 사장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73.92%에 달한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 측은 이로 인해 1,250억원의 가치가 5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며, 이를 고스란히 최대주주 일가가 가져가게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측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 추진은 자사주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특별한 사례이며, 용인될 경우 앞으로 대주주가 자사주를 활용해 소액주주에게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정하고 이익을 편취하는 데 참고가 되는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논평을 통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매입한 것이므로 그 가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일반주주들에게 공정하게 귀속돼야 한다”며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한국아트라스비엑스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합병신주도 배정하지 않아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주주들에게 귀속돼야할 합병법인 신주를 대폭 축소시켰다”고 강조했다. 절묘한 자사주 활용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이 줄어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이번 흡수합병 추진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소액주주들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 반려를 촉구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 해당 내용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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