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사회를 이끌며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할 인재의 숫자는 세계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디지털 인력 부족 문제의 주요 해결책이 여성 인재 확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Getty images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등의 발전으로 ‘디지털 경제 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디지털 인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 정부와 IT기업들도 디지털 경제 사회의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AI·SW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특히 기업 및 국가 정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해 ‘디지털 여성 인재 및 리더’ 확보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디지털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선 ‘디지털 여성 인재’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 세계적으로 부족한 디지털 인재… 여성 인재 확충이 해결방안

현재 정보통신(ICT) 기반의 디지털 분야는 기존에 밝혀진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연구분야를 개척하는 ‘응용 과학’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이론을 발굴하기 위한 1명의 천재를 필요로 했던 과거 순수 과학 분야완 다르게 훨씬 많은 수의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사회를 이끌며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할 인재의 숫자는 세계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기반으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 소프트웨어(SW) 등 컴퓨터과학 관련 일자리 수요는 올해 기준 140만개 정도이나, 컴퓨터과학 전공 졸업생은 40만명 정도에 불과해 SW엔지니어 인재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ICT전문가는 고임금 직종으로 현재도 인력 부족의 정도가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오는 2030년까지 고용 수요 증가율은 미래 직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ICT 및 전문서비스 직종은 인재부족이 가장 심각한 직종이며 자동화의 잠재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ICT인력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2019년 ICT인력동향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산업인력에서 ICT산업인력의 비율은 약 5.1%였으나, 이후 2014년부터 5.0%로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 5.0% △2015년 4.9% △2016.년 4.8% △2017년과 2018년 4.7%로 ICT산업인력 비중이 줄어들었다./ 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보고서, Getty images

디지털 분야 인재 부족은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인구절벽시대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의뢰로 제작해 지난 8월 발표한 ‘2019년 ICT인력동향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산업인력에서 ICT산업인력의 비율은 약 5.1%였으나, 이후 2014년부터 5.0%로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 5.0% △2015년 4.9% △2016.년 4.8% △2017년과 2018년 4.7%로 ICT산업인력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같은 디지털 인재 부족이 바로 여성 인재 확보가 필요한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존 산업분야와 다르게 단순 노동력보단 빠른 사고와 판단력,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활약할 조건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는 지난 10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소프트웨어(SW) 여성인재’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여성인재의 확대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성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및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6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뮌헨공과대학이 발표한 ‘다양성을 통한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균형이 2.5% 증가할수록 혁신 이익이 1% 상승하며, 관리자 중 여성 비율이 20% 이상일 경으 획기적인 혁신수익이 발생했다”며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스웨덴(65.3%)에 도달할 경우, GDP가 13.8% 상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인력 부족문제의 해결책은 '여성인재' 등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존 산업분야와 다르게 단순 노동력보단 빠른 사고와 판단력,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활약할 조건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 여성, 디지털 분야 진출 여전히 힘들어… 인식변화 필요

최근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 증가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여성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성들의 디지털 산업분야 진출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디지털 인재전쟁 시대의 여성 인력 활용’ 리포트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학 졸업자 중 여성의 비중은 56%이나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 기계) 등 이공계 분야의 여성 졸업자 비중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리포트에 따르면 실제 취업 시장으로 들어갈 경우 여성의 비중은 더욱 낮아지는데, STEM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기업 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비중은 더욱 감소해 관리자급은 14%, 임원급은 9%에 불과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도 기업 내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성 인력의 현황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구글은 회사 직원 중 여성이 31%이고, 애플(32%), 페이스북(33%), 마이크로소프트(27%), 트위터(35%)도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 내 기술 부문에서의 여성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낮아 구글이 19%, 애플은 23%, 페이스북은 17%, 마이크로소프트는 17%, 트위터는 16%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도 8일 “최근 몇 년 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부문에서 여성 리더십과 인재들의 점진적인 발전이 나타났으나, ICT부문에선 여성 리더가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하는 등 남성보다 계속해서 발전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여성 인재 부족현상은 해외 국가들 상황보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가 41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술 분야에서의 여성 2018’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AI·인터넷 서비스 등 전자·정보 기반 기술 산업에서 여성 종사자 비율은 16.01%에 그쳤다.

국내 여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디지털 여성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학계열 대학생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남성 지배적인 기술 부문에 여성 인력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채용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앞으로 상당한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디지털 분야의 여성 인재 도입을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운영하고 있다.구글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인재 다양상 담당 임원직’을 신설하고 핵심 요직에 여성인재들을 등용하고 있다./ 뉴시스

◇ 세계 각국, 디지털 여성 인재 확보 위한 노력 진행

디지털 분야의 여성 인재 도입은 시급해지지만,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기업은 여성 인재 양성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인재 다양상 담당 임원직’을 신설하고 핵심 요직에 여성인재들을 등용하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하지 않도록 난자 냉동 시술 비용에 대해 최대 2만달러(한화 약 2,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캘리포니아주 기업 이사회는 기업별 여성 임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여성임원 할당제’ 관련 법안을 지난 2018년 9월 30일 승인했다. 이를 통해 2019년 말에 여성임원을 캘리포니아 주의 기업들은 이사회에 1명 이상 포함시켰다. 

또한 오는 2021년까지 임원이 5명인 경우, 2명, 6명 이상인 경우 3명 이상의 여성 임원 선출은 필수이며, 이를 어겼을시엔 최소 10만~30만달러(한화 약 1억1,000만~3억4,000만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STEM 분야에 여성의 진출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2016/17년부터 5년간 1,300만 호주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여성 인재 확보와 관련된 정책 및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관계 부처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SW산업 여성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의 경우 지난해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분야 여성 인력 성장유입촉진, 경력개발 및 확대, 젠더혁신 체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발표된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포용사회 실현을 위해 디지털 격차 해소 지원, 창의적 인재양성 등에 올해보다 2,776억원 증가한 1조5,179억원이 투입된다. 해당 예산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 복귀 지원, AI·소프트웨어(SW) 핵심인재 양성 지원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SW여성인재 양성 및 전문가 네트워킹 활성화 전개 △미취업·경력단절여성 취업역량 교육 △SW여성전문가 세미나 및 네트워킹 △SW산업 인식확산 등의 국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IT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성 종사자들은  단순히 여성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인력을 확충하는 정책보다는 다양성과 능력을 고려한 인재 등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Getty images

◇ 업계 관계자들, “단순한 여성인재 등용보단 능력 위주 인재 발굴 필요”

다만 IT·디지털 분야에서 고위직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관계자들은 단순히 여성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인력을 확충하는 정책보다는 다양성과 능력을 고려한 인재 등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2월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기업 여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전진수 SK텔레콤 상무는 “여성 인력을 별도로 케어하는 것보단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자경 KT 융합기술원 상무도 “기업은 성별을 떠나 경제 성장 관점에서 숨겨진 인재 발굴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정 신한카드 상무는 “여성임을 무기로 삼아 특별한 대우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업계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여성 종사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순한 여성할당제는 오히려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할당제로 들어왔느냐’라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와 기업이 디지털 분야에서 여성인재 등용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여성들이 출산·육아 등의 문제로 승진 등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근무 환경 조성이 먼저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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